중국어 역사 음운학 (13) - 상고한어의 초성 자음 재구성(3) (끝)
※ 이 글은 반오운潘悟雲 저著, 권혁준 역譯의 "중국어 역사 음운학" 내용의 요약/정리를 바탕으로 몇가지 덧붙여 적는 것입니다.
17장 상고 중국어의 유음과 유음을 동반한 자음의 서열, 19장 *s-를 동반한 상고의 자음서열, 20장 비음의 상고 기원 - 상고한어의 초성 자음 재구성(3)
7. 여러 번 관련된 내용을 이야기 했습니다만 상고한어의 초성에는 현재의 중국어나 우리나라 한자음에는 전혀 나타나지 않는 특성인 자음군이 존재했다고 생각됩니다. 이와 같은 특성은 같은 어족인 티베트어나 버마어의 여러 방언이나 옛 표기법에 자음군이 나타나는 것과 잘 연결됩니다. 중국의 기록에서도 자음군을 유추할 수 있는 근거들이 여럿 있습니다.
가. 해성 관계各~路~賂, 京~掠~凉나 합음어不律 ~ 筆, 窟窿 ~ 孔
하지만 개별 음소에서는 학자들 사이에 상당한 합의가 이루어진 반면 자음군의 재구에 대해서는 아직도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야 하는 실정입니다. 아래에서는 여러 자료를 토대로 가능성이 확인된 자음군의 사례 몇 개만 제시하겠습니다.
a. 전치비음 *N-
비음 N으로 시작하는 어두자음군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Baxter-Sagart는 다수의 Hmong-Mien 사례를 들고 있으나 그대로 취신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찌됐든 티베트어에서는 m-과 ɦ-로 시작하는 자음군이 가능하였고, 반오운은 ɦ-는 ŋ-에서 기원하였을 것으로 추정하였습니다. 상고한어 자료에서도 적어도 m-으로 시작하는 자음군이 가능함을 알 수 있습니다.
가. 시경에서 발어사 無王之藎臣, 無念爾祖나. mr- 과 r-의 해성관계命 ~ 令, 麥 ~ 來
b. 전치자음 *s-
마찬가지로 티베트어에서 s-로 시작하는 자음군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위의 전치자음 *N-과 더불어 전치자음 *s-는 광범위한 파생어휘를 만들어낸 것으로 생각되며 전치자음 *N-은 무성자음을 유성자음으로, 반대로 *s-는 유성자음을 무성자음으로 만들어 중고음 시기 한자음에서 유성음과 무성음 사이의 규칙적인 대응관계를 이루게 한 원동력으로 생각됩니다.
c. 기타 p-, t-, k-로 시작하는 자음군, 접요사infix -r-
참고문헌
곡효윤(2003), "동원자를 통한 상고시기 복성모연구", '중국어문학논집' 25, 103-123.
김준수(2014), "출토자료에 근거하여 본 설자(設字), 신자(身字), 수자(首字), 순자(舜字), 신자(信字)의 상고 성모", '중국학논의' 42, 1-25.
TL Mei (2012), "The causative *s- and nominalizing *-s in Old Chinese and related matters in proto-Sino-Tibetan", 'Language and Linguistics' 13, 1-28.
WH Baxter and L Sagart (2014), "Old Chinese - A new reconstruction", Oxford press.
Z Handel (2012), "Valence-changing prefixes and voicing alternation in Old Chinese and proto-Sino-Tibetan: Reconstructin *s- and *N- prefixes", 'Language and Linguistics' 13, 61-82.
何九盈, 신아사 번역(2017), "상고 중국어 어두 자음군", '구결학회' 38, 237-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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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 글을 작성하게 된 계기는 실상 한자음을 잘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첫째로 제가 고대 한국어에 대해서 망상하기 전에 참고자료로 쓰고자 한 것이고, 둘째로 현대 한국한자음으로 이어다 붙여서 괴상한 설을 푸는 사람들을 논파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이는 고대 한국어 자료는 모두 한자어 음차 자료이므로 당시의 한자음을 기초로 해야하지만 많은 아마추어들이 이를 간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고대 한국어 자료는 분명 2가지 층위가 섞여 있을 것입니다. 하나는 중국어 사용자가 고대 한국어를 듣고 그대로 음차했을 가능성이요, 또다른 하나는 이미 당시에 수입된 한자가 한국인 사용자들에게 수용되어 고대 한국 한자음을 구성하고 이를 토대로 한국인이 한국 한자음으로 기록한 지명, 인명을 중국측에서 채록해 수용했을 가능성입니다. 이를 면밀하게 나누어 다루지 않으면 반드시 잘못된 결론에 도달하게 될 것입니다. 부디 한자만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주화입마 하는 일이 없도록 뭇 재야사학을 꿈꾸는 분들이 알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을 마지막에 덧붙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제 스스로 삼국지 위지 동이전의 삼한 지명을 이 상고한어 공부를 토대로 했다는 미명하에, 망상으로 비정해 보는 짓을 해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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