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과 천문학의 만남 - 왜신성(dwarf nova)과 조선왕조실록

 세종실록 76권, 세종 19년(1437년) 2월 5일 을축


객성이 14일 동안이나 나타나다

유성이 하늘 가운데에서 나와서 동북쪽으로 향하여 들어갔는데, 꼬리의 길이가 4, 5척이나 되었다. 햇무리를 하였는데 양쪽에 귀고리를 하였고, 객성(客星)이 처음에 미성(尾星)의 둘째 별과 세째 별 사이에 나타났는데, 세째 별에 가깝기가 반 자 간격쯤 되었다. 무릇 14일 동안이나 나타났다.

乙丑/流星出自天中, 向東北入, 尾長四五尺。 日暈, 兩珥。 客星始見尾第二三星間, 近第三星, 隔半尺許, 凡十四日。


신성, 초신성이라는 천문현상에 대해서는 여러분들도 들어본 적이 있으실 겁니다. 이름에 새로울 신新이 들어가지만 실제로는 별의 인생 최후기에나 선보이는 마지막 불꽃입니다. 초신성은 중력과 핵분열의 상호 균형이 무너져 핵이 붕괴되면서 별이 터져 나가는 것이라면 신성은 이미 돌아가신(?) 백색왜성에 가스가 흘러들어가 백색왜성에서 핵융합이 갑자기 일어나는 예토전생(?)같은 것이며, 아니면 다 늙은 두 거성이 서로 합체하며 광도가 증가하는 노익장(?)같은 것입니다. 따라서 신성은 쌍성雙星계를 전제로하며, 쌍성계의 발달 과정 최후기의 회광반조인 것이지요. 아무튼 없던 별이 갑자기 등장하는 것에서 유럽에서는 신성이라는 이름을, 동아시아에서는 객성이라는 이름으로 기록되어 전해지고 있습니다.

신성과 달리 왜신성dwarf nova는 천문학이 어느 정도 발달하고 나서야 인지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육안으로 인지될 정도로 광도가 폭발적으로 높아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왜신성의 기작은 신성과 마찬가지로 쌍성계에서 적색거성의 물질이 백색왜성으로 흘러들어가서 일어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백색왜성에서 핵융합이 일어나서 벌어지는 신성과 달리 가스가 백색왜성으로 떨어지면서 그 충돌에너지가 열로 바뀌면서 광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신성과 왜신성이 둘 다 동일한 조건을 가지고 있는데 신성과 왜신성으로 나눠져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Michael Shara는 왜신성과 신성이 별개로 나뉘는 집단이 아니라 동일한 집단이며 왜신성은 쌍성계가 신성 폭발이 일어난 후의 형태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러하다면 과거에 신성 폭발을 일으킨 별은 현재에는 왜신성이 되어 있을 것으로 예측할 수 있습니다.

Michael Shara는 1437년 세종 실록 기사에 주목했습니다. 수십일간 이상 관측되는 초신성과 달리 14일간만 관측된 것을 보아 초신성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미성은 동아시아 별자리 28수 중 6번째인 미수尾宿를 가리키며 전갈자리의 꼬리에 해당하는 위치입니다. 시계방향으로 전갈자리 엡실론, 뮤, 제타, 에타, 시그마, 이오타, 카파, 람다, 뉴 별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당대의 별의 순서를 알려줄 천문도가 남아 있는 것이 없어 미성의 세번째 별과 두번째 별이 어느 별을 가리키는지 알 수 없기에 원나라 천문도를 참고하였을 때 엡실론 별을 첫번째 별로 삼은 경우와 뮤 별을 첫번째 별로 삼은 경우가 있었습니다. 엡실론 별을 첫번째 별로 삼았다고 가정하여 뮤 별과 제타 별 사이를 확인했을 때에는 신성의 흔적을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이에 뮤 별을 첫번째 별로 가정하고 제타 별과 에타 별 사이을 살펴보았을 때 예상하던 별의 폭발 흔적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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