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 역사 음운학 (11) - 상고한어의 초성 자음 재구성(1)
※ 이 글은 반오운潘悟雲 저著, 권혁준 역譯의 "중국어 역사 음운학" 내용의 요약/정리를 바탕으로 몇가지 덧붙여 적는 것입니다.
21장 후음喉音의 상고 기원 - 상고한어의 초성 자음 재구성(1)
앞서 상고한어의 모음과 종성을 어떤 논리를 통해 재구성하고 있는지 엉성하게 설명드렸습니다. 여러 학자들은 중고한어 시기의 다양한 모음이 상고한어 시기에는 존재하였다고 볼 수 없으며, 다수가 상고한어 시기의 초성의 변화로 유도된 것임을 논증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중고한어 시기에는 매우 다양한 초성 자음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당시 운서와 운도를 만든 학자들이 증언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상고한어 시기의 초성 자음은 현재의 중국어뿐만 아니라 중고한어의 형태와도 매우 차이가 있었을 것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고한어의 초성 성모聲母을 재구성하는 것은 좀 더 어렵습니다. 운모韻母인 모음과 종성의 재구성에는 당대의 압운 자료를 사용할 수 있지만, 초성의 재구성은 오로지 가차와 해성(형성자), 상고한어 시기에 분화한 것으로 생각되는 민閔방언 자료를 내적증거로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이 내적증거들이 자기 나름대로의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서로 통가가 이루어지는 가차 관계는 두 한자가 거의 유사한 음을 가지고 있다는 매우 직접적인 증거가 됩니다만 상고한어가 조금씩 변함에 따라 가차관계도 바뀌기 때문에 문헌의 시기 추정이 먼저 이루어져야 합니다. 해성(형성자) 관계 역시 강력한 음성 정보를 제공해 줍니다만 한자의 형태가 갖추어지는 전국시대의 자료보다는 갑골문이나 선진시대의 문자자료를 사용해야 합니다. 따라서 갑골문이나 선진시대 문자들의 발굴과, 발굴된 문자들이 후대의 어떤 한자에 연결되는지의 연구가 먼저 선행되어야 합니다. 민방언 자료 역시 민방언 제어들의 연구로 원原 민방언의 형태가 어떠했는지에 대한 연구가 먼저 이루어져야 합니다.
* 외적증거로는 동계 어족인 티베트-버마어와 상고한어를 차용한 것으로 생각되는 Hmong-Mien어, Tai-Kadai어, 베트남어 어휘를 증거로 삼고 있으며 최근에는 한국어 어휘 중 일부 어휘도 상고한어 차용어로 판단하고 상고한어 재구성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티베트-버마어 동계 어휘가 아닌 차용어 예시는 우연한 거짓짝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상고한어 재구성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보다는 재구성한 상고한어 자료를 확인하는 용도로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상고한어의 초성은 어떤 음을 가지고 있었을까. 당시의 음성을 정확하게 특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여러 언어들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특징을 기반으로 여러 자료 근거 상 상고한어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음과 상고한어 시기에는 존재했던 음에 대해서 하나하나 짚어가며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0. 상고한어는 중고한어와 마찬가지로 순음 P- 계열, 설음 T- 계열, 치음 Ts- 계열, 아음 K- 계열이 있었고, 유성장애음(b-, d-, dz-, g-), 무성장애음(p-, t-, ts-, k-), 무성유기장애음(pʰ-, tʰ-, tsʰ-, kʰ-, s-) 계열이 있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유무성음 대립이 두드러지는 상고한어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s-에 대응되는 유성음 z-이 존재했는지는 불분명합니다. Baxter는 과거에 z-음을 인정했습니다만 최신 재구에서는 z-음을 제외하고 있습니다.
1. 현대 중국어의 권설음은 중고한어의 설상음舌上音, 정치음正齒音을 기원으로 합니다. 이 음이 상고한어에 존재하지 않았다는 논의는 청대의 학자 전대흔錢大昕이 이미 古無舌上音(상고한어에는 설상음이 없다)/古無正齒音(상고한어에는 정치음이 없다)는 주장을 내세운 바 있을 정도로 이미 오래된 학설입니다. 상고시대에 설음 단조端組(t-, tʰ-, d-, n-)와 설상음 지조知組가, 정조精組(ts-, tsʰ-, dz-, s-)와 장조莊組가 서로 자유롭게 해성하고 있으며, 민방언에서 구개음화 하지 않은 t-음이 보존되어 있다는 것이 바로 그 증거입니다.
2. 해성 자료를 보았을 때 설음/치음에서만 기원한 것은 아닙니다. 장조章組 정치음 중 일부는 아음 K-계열의 구개음화로 생성되었다는 것을 다음과 같은 예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3. 생겨난 음이 있으면 사라진 음도 있을 법 합니다. 앞서 아음牙音(연구개음) K-는 원순요소를 가지는 별도의 음가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말씀드린바 있습니다.(K- vs Kʷ-) 나아가 중고한어 후음喉音 영모影母(ʔ-), 효모曉母(h-), 갑모匣母(ɦ-), 유모喩母(j-) 한자 사이에 다양한 해성관계가 나타나고 있으며(예, 謁 ~ 歇 ~ 褐, 汚 ~ 許 ~ 于), 한편 일부 K-음이 성문음과 해성관계가 나타나기도 합니다.(예, 景 ~ 影, 公 ~ 翁) 이에 대해 반오운은 아음과 후음 사이 구개수음 성모가 별도로 있었다는 가설을 제안하였습니다. Baxter는 연구개음(k-, kʰ-, g-, ŋ-, kʷ-, kʰʷ-, gʷ-, ŋʷ-)에 대응하는 구개수음(q, qʰ-, G-, qʷ-, qʰʷ-, Gʷ-)을 재구하고 있습니다. 구개수비음 N을 재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은 없습니다만 이 음을 가지고 있는 언어가 매우 적기 때문에 명백한 근거가 없다면 이 음을 인정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3. 생겨난 음이 있으면 사라진 음도 있을 법 합니다. 앞서 아음牙音(연구개음) K-는 원순요소를 가지는 별도의 음가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말씀드린바 있습니다.(K- vs Kʷ-) 나아가 중고한어 후음喉音 영모影母(ʔ-), 효모曉母(h-), 갑모匣母(ɦ-), 유모喩母(j-) 한자 사이에 다양한 해성관계가 나타나고 있으며(예, 謁 ~ 歇 ~ 褐, 汚 ~ 許 ~ 于), 한편 일부 K-음이 성문음과 해성관계가 나타나기도 합니다.(예, 景 ~ 影, 公 ~ 翁) 이에 대해 반오운은 아음과 후음 사이 구개수음 성모가 별도로 있었다는 가설을 제안하였습니다. Baxter는 연구개음(k-, kʰ-, g-, ŋ-, kʷ-, kʰʷ-, gʷ-, ŋʷ-)에 대응하는 구개수음(q, qʰ-, G-, qʷ-, qʰʷ-, Gʷ-)을 재구하고 있습니다. 구개수비음 N을 재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은 없습니다만 이 음을 가지고 있는 언어가 매우 적기 때문에 명백한 근거가 없다면 이 음을 인정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참고문헌
김태경(2008), "일부 장계자章系字의 상고음 설근음설", '중국어문학논집' 51, 39-59.
이해우(2000), "중국어 상고음 이등 개음 [-r-]의 재구", '중국어문학논집' 13, 107-124.
WH Baxter and L Sagart (2014), "Old Chinese - A new reconstruction", Oxford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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