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 역사 음운학 (10) - 상고한어의 모음 재구성

 ※ 이 글은 반오운潘悟雲 저著, 권혁준 역譯의 "중국어 역사 음운학" 내용의 요약/정리를 바탕으로 몇가지 덧붙여 적는 것입니다.


12장 어운魚韻과 어부魚部, 16장 상고 중국어의 모음 체계, 18장 2등과 3등 중뉴의 상고 기원 

어운은 중국어에서 yú, 한국어에서는 어(ʌ), 일본어에서는 ぎょ(gyo), 베트남어에서는 ngư로 후설모음의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언어학자들은 상고한어에서 魚는 a(ㅏ) 음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외국어 대역 자료에서 a음을 어부魚部 글자를 사용해서 음차하였다.
弋山離 ~ Alexandria, 扜 ~ Kuhani/Khvani末 ~ Calmadana, 密 ~ Tarmita(Termez), 賴水 ~ Talas
鹵 ~ dala>ТАЛ (몽골어 초원)
2. 어운과 탁운鐸韻이 상고한어에서 자유로운 압운, 해성, 가차 관계를 보인다.
- 車(*t.qʰa>tsyʰæ) ~ 車(*C.qa>kjo) ~ 輿(*m-q(r)a>yo)
- 墓(*C.mˁak-s>muH) ~ 莫(*mˁak>mak), 夜(*N.rak-s>yæH) ~ 夕(*s-N-rak>zjek)

이것은 상고한어에서 중고한어로 진행되는 동안 모음에 변화가 일어났음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일찌기 보여드린 바와 같이 중고한어는 매우 많은 운韻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종성을 별도로 떼어내어도 모음의 갯수가 다른 보통의 언어에 비해 매우 많아 원래부터 중국어가 그렇게 복잡한 언어였다고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중고한어에 존재하는 많은 수의 모음은 상고한어의 모음이 급격한 변화를 받은 결과물일 것입니다.

상고한어의 모음과 관련해서 4개의 논의가 존재합니다. 1. front vowel hyphothesis. 2. r-hyphothesis. 3. rj-hypothesis. 4. rounded vowel hypothesis. 가 그것입니다. 숫자의 번호는 가설이 제안된 시기가 빠른 순서로 각각 아리사카 히데요(有坂 秀世), Sergei Jaxontov, Edwin Pulleyblank, 다시 Sergei Jaxontov에 의해서 제안되었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역사적인 가설 제안 순서를 따르지 않고 Baxter-Sagart의 서술 방식을 따라 가겠습니다.

가. rounded vowel hypothesis
rounded vowel(원순모음)은 발음시에 입술이 둥글게 모이는 모음으로 모음이 서로 변별되는 속성 중 하나입니다. 한국어의 ㅗ(o), ㅜ(u)가 속하며 단모음으로 발음하는 ㅚ(ø), ㅟ(y)도 그러합니다. 원순모음은 입술이 모이지 않는 비원순모음과 대립관계를 이루는데 한국어의 경우 ㅗ는 ㅓ와, ㅜ는 ㅡ와, ㅚ는 ㅔ와, ㅟ는 ㅣ와 대립합니다. 기억하지 못하실 것 같아 이 자리에서 다시 말씀드립니다만, 중고한어 시기 사대부들이 압운 한자를 구별하면서 합구合口와 개구開口라는 개념을 도입하였습니다. 중고한어 재구 결과 합구가 원순이중모음(한국어를 생각하신다면 ㅘ, ㅝ를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이라는 것에 학문적 합의가 이루어져 있습니다.


종성 -ŋ을 가지는 한자 전체를 서로 놓고 비교해 보았을 때 묘한 규칙성이 드러나는데 개구 모음은 모든 자음에 고르게 분포하고 있습니다만 합구 모음은 오로지 아/후음 자음 뒤에만 나타납니다. 이는 이 한자음들의 원순 특성이 다른 곳에서 기원하였다는 것을 가리키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따라서 상고한어에 보통의 아/후음[k, ɡ, x, ŋ]뿐만 아니라 원순화된 아/후음[kʷ, ɡʷ, xʷ, ŋʷ]이 따로 존재하였고, 이 원순 자질이 모음과 상호작용하면서 원순이중모음을 만들어내었다고 생각됩니다.(이것에 대해선 상고한어의 초성 자음을 논의할 때 다시 언급하게 될 것입니다.)

중고한어 원순이중모음의 원순자질 중 상당수가 원래는 이중모음이 아니었으며, 초성 원순자질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다고 합시다. 그러면 나머지 원순이중모음의 원순자질 역시 원래는 상고한어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요? 이를 일반화하여 상고한어에서 원순이중모음의 존재를 부정하는 주장이 rounded vowel hypothesis입니다.

<환桓운 1등 합구에 속하는 한자 중 순음, 설음, 치음은 점차 개음으로 합류해 나갑니다. 그래서 합구 한자음으로 분류되어 있어도 한국한자음에는 ㅗ, ㅜ 요소가 드러나지 않습니다.>

중고한어에서 종성 -n을 가지는 한자를 비교해 보았을 때 모음 -en의 경우는 앞서의 종성 -ŋ과 마찬가지로 아/후음 자리에서만 원순이중모음이 등장합니다. 그러나 -an, -on의 경우는 오히려 -wan, -won의 사례가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wan/-won이 -an/-on 모음에서 분화한 것이 아니라 다른 모음의 음이 변하면서 일괄적으로 옮겨온 것을 암시합니다. Baxter-Sagart는 -wan/-won이 상고한어 *-on/*-un에서 기원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나. front vowel hypothesis
중고한어 운韻에는 등위라는 개념이 있다는 것도 말씀드린바 있습니다. 같은 섭攝에 놓여 있는 모음은 1등위 모음이 가장 후설적인 모음(혀가 들리는 위치가 목구멍 쪽인 모음)이고 4등위 모음이 가장 전설적인 모음(혀가 들리는 위치가 입술 쪽인 모음)이라는 것에 역시 학문적인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3등위 모음은 (Baxter-Sagart 체계에 따르면) 인두음 요소 ˁ를 가지지 않은 상고한어 모음에서 경구개 접근음 요소 -j-가 발달한 것으로 일괄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중고한어의 경구개 접근음 자질 중 상당수가 상고한어에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나머지 4등위의 -j- 경구개접근음과 -i- 이중모음 역시 상고한어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요? 이를 일반화하여 상고한어에 -j- 개음의 존재를 부정하고 4등위 한자의 모음을 전설모음 e와 i로 재구하는 것이 front vowel hypothesis입니다.

다. r-hypothesis
상고한어에는 현대 중국어를 배운 사람들이라면 매우 놀랄 정도로 현대 중국어와 다르다는 것을 여러 차례 말씀드린바 있습니다.(성조가 없거나 어두 자음군이 있거나 등) 그 중의 하나는 상고한어는 권설음이 없다는 겁니다. 상고한어의 자음 특성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다시 언급하겠습니다만 중국어의 권설음은 T(설음)r-, Ts(치음)r- 형태의 어두자음군에서 기원하였다 보고 있습니다. 상고한어에 -r- 형태의 어두자음군이 일반적이었다면 순음과 아/후음 뒤에서도 -r- 형태의 어두자음군이 가능했을 것입니다.(영어에서 tr-, dr-, shr- 형태뿐만 아니라 kr-, gr-, pr-, br-, fr-, vr-가 존재하듯이)

Pulleyblank는 2등위 모음이 -r-의 영향을 받아 생성되었음을 주장하였습니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중고의 래모來母(l-)에 2등위 글자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 이는 2등위 모음을 만드는 요소가 래모와 연속적으로 등장할 수 없는 음성적 자질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이는 이 요소가 유음liquid의 자질을 가지는 무언가일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합니다.
2. 래모 한자와 2등 한자가 서로 해성한다.

상고한어의 r-이 중고한어에서 l-음으로 변하였다는 것에 대해서는 추후에 다룰 것입니다.

-r-음은 초성의 자질에 영향을 주기도 하고 모음의 자질에도 영향을 주기도 하였습니다. 자음에 영향을 주는 경우는 1. 설음과 치음의 권설음화. 2. 아음의 구개음화 방해. 가 대표적이며 모음에의 영향은 1. 비전설모음 앞에서는 전설화를 유도하여 2등위 모음을 생성. 2. 반대로 전설모음 앞에서는 매개음 -j-, -i-의 생성을 억제하여 전설화가 이루어지는 것을 방해해 3등위 중뉴음을 생성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 卬(*ŋˁaŋ>ngang) ~ 迎(*ŋraŋ>ngjæng), 分(*pən>pjun) ~ 貧(*brən>bin)
- 卑(*pe>pjie) ~ 碑(*pre>pje), 蜜(*mit>mjit) ~ 密(*mrit>mit)

이렇게 중고한어의 모음들을 근거를 들어가며 차포(?)를 다 떼어내었을 때 상고한어는 고작 6개의 단모음(a, ə, e, i, o, u)만 있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세계적으로 a, e, i, o, u 5모음 체계가 가장 흔하고, 그 다음이 6개의 모음을 가지는 언어가 흔하며, 친족어인 티베트어는 티베트 문자 창제 당시 5개의 모음이 있었고, 버마어는 7개의 모음이 있어 상고한어의 체계와 유사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줄요약

초楚나라는 당시 *s.r̥aʔ 라고 발음했다. 


참고문헌

NW Hill (2012) - The six vowel hypothesis of Old Chinese in camparative context
WH Baxter and L Sagart (2014), "Old Chinese - A new reconstruction", Oxford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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