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 역사 음운학 (9) - 상고한어의 종성(운미)

 ※ 이 글은 반오운潘悟雲 저著, 권혁준 역譯의 "중국어 역사 음운학" 내용의 요약/정리를 바탕으로 몇가지 덧붙여 적는 것입니다.



11장 상고 중국어의 운미韻尾

아시다시피 우리나라 말에서 종성coda에 올 수 있는 음성은 ㄱ(-k), ㄴ(-n), ㄷ(-t), ㄹ(-l), ㅁ(-m), ㅂ(-p), ㅇ(-ŋ)이며 훈민정음 시대에도 8 종성법으로 ㅅ(-s)까지만 종성에 올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한국어는 뒤에 모음이 오지 않는한 위의 7 종성을 제외한 음은 모조리 7 종성으로 중화되지요. 종성 자리에 제약이 있는 한국어와 달리 영어의 경우 매우 다양한 종성coda이 가능하다는 것을 여러분도 익히 아실 것입니다. 실제로 영어는 -h, -w, -j을 제외한 모든 자음이 종성에 올 수 있으며, 나아가 자음군consonant cluster도 가능합니다.

현재의 중국어는 한국어보다 종성의 폭이 더 좁아서 -n, -ŋ, -r(ɻ)만이 가능하며 그 외에는 모두 개음절open syllable입니다. 그러나 한국 한자음을 생각한다면 과거의 중국어는 지금보다는 더 많은 종성이 존재했으리라는 것을 추측하실 수 있습니다. 실제로 중고한어에서는 -j, -w, -m, -n, -ŋ, -p, -t, -k, -wŋ, -wk 종성이 존재했다고 생각됩니다. 이를 청대靑代에는 모음으로 끝나는 경우를 음성운陰聲韻, 비음으로 끝나는 경우를 양성운陽聲韻, 폐쇄음stop consonant로 끝나는 경우를 입성운入聲韻이라 나눈바 있습니다. 그러면 상고한어의 종성 목록은 중고한어와 어떻게 연결될까요.

들어가기에 앞서서 두 가지를 먼저 말씀드려야 하겠네요. 첫째로 중국어의 거성去聲과 상성上聲은 각각 상고한어 어미 -s와 -ʔ에서 기원한다고 말씀드린바 있습니다. 이 어미는 종성에 후행하는 post-coda로 별도로 분류하기로 하고 coda만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post-coda를 포함한다면 영어와 마찬가지로 상고한어는 -s와 -ʔ을 포함한 종성과 -s, -ʔ가 조합된 자음군이 가능하다고 하겠습니다. 둘째로 상고한어 종성의 음가를 -k, -t 등으로 표기하긴 하지만 이는 중고한어 종성의 음가 체계를 원용援用하는 것이지 실제 음이 그러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는 초성initial의 예와는 다른 것인데 초성의 경우 광범위한 무성음-유성음 대립 등 고려할 자료가 여러 개 있어 추정 음가의 범위가 넓지 않지만, 종성은 그런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즉, 상고시대의 종성의 실제 음이 -k, -t, -p 등등이 아니라 상고시대에는 -q, -θ, -ɸ였으며 중고한어 시기에 비로소 -k, -t, -p가 되었다고 우겨도 딱히 뭐라고 할 말은 없습니다. 실제로 반오운, Zhengzhang Shangfang(정장상방, 鄭張尙芳), 兪敏(유민, Yu Min)은 입성운이 *-k, *-t, *-p가 아니라 *-g, *-d, *-b라 주장하였는데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산스크리트어 대역 자료에서 입성운이 유성음 대역에 사용되고 있다.
2. 광동 연산連山 방언과 강서 호구湖口 방언에서 유성음 운미가 나타난다.
3. 상고 중국어에서 차용한 것으로 보이는 일본어 단어에서 유성음 운미가 나타난다.
4. 티베트어에서 운미를 -g, -d, -b를 사용한다.

그러나 상고시기 한자음이 일본에 얼마나 직접 차용될 수 있는지 의문스럽고, 종성의 무성음화와 초성의 무성음화가 서로 다른 시기에 순차적으로 발생했다고 가정해야 하는 것도 문제라 하겠습니다. 그러므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중고한어의 종성음을 상고한어의 음으로 그대로 가져다 씁니다. Baxter-Sagart 체계에서는 중고한어 종성 중 -wŋ를 제외한 -j, -w, -m, -n, -ŋ, -p, -t, -k, -wk를 그대로 인정하고 있으며 대개의 경우 상고한어의 종성과 중고한어의 종성을 그대로 연결짓고 있습니다. 이제 그 예외적인 경우를 알아봅시다.

A. 주모음 뒤에서 -j, -w이 생성될 수 있음. 따라서 중고한어의 -j, -w는 상고한어의 -j, -w를 계승한 것일 수도 있지만 상고한어에는 없던 음이 생성된 것일 수도 있음. 반대로 상고한어의 -j, -w/-wk의 -j, -w가 소멸할 수도 있음.(※ 이 부분은 다음에 다시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 有(*[ɢ]ʷəʔ>hjuwX) ~ 洧(*[ɢ]ʷrəʔ>hwijX), 福(*pək>pjuwk) ~ 逼(*prək>pik)

B. i 모음 뒤의 종성 -k와 -ŋ은 -t과 -n으로 변화할 수 있음. postcoda -s가 있는 -iks의 경우 -its를 거쳐 최종적으로 -ijH가 됨.
- 即(*tsik>tsik) ~ 節(*tsˁik>tset) ~ 櫛(*[ts]rik>tsrit)
- 仁(*niŋ>nyin) ~ 佞(*nˁiŋ-s>nengH), 千(*s.n̥ˁiŋ>tshen) ~ 人(*niŋ>nyin)
- 血(*m̥ˁik>xwet) ~ 侐(*m̥ˁ(r)ik>xwik), 匿(*nrək>nrik) ~ 暱(*n<r>ik>nrit)

C. 종성 -r이 있었으며 중고한어에서 -n 혹은 -j로 변화됨.
a. 중고한어에서 -n 종성을 가진 文韻이 중고한어에서 종성이 없는 微韻과 상고시대에 압운함
시경 소아小雅 정료庭燎
夜如何其? 夜未央, 庭燎之光. 君子至止, .
夜如何其? 夜未艾, 庭燎晢晢. 君子至止, 噦噦.
夜如何其? 夜鄕, 庭燎有. 君子至止, 言觀其.
: 文韻 이 微韻 와 압운
b. 文韻과 微韻 사이의 해성(형성자) 관계
- 軍(*kʷər>kjun) ~ 揮(*qʷʰər>xjwj), 斤(*kər>kjɨn) ~ 旂(=旗)(*C.ɢər>gjɨj)
따라서 文韻의 -n 음이 상고한어에서는 -n이 아니었음을 알게됨.
c. -r을 중고한어 -n 한자로 음차
于(*dˁar-*ɢʷa) ~ daruɣa
潛(*qʷʰˁar-*dz[o]m) ~ Khwarazm
(*ɡˁar) ~ から(唐·漢)
卑(*ser-*pe)/烏桓(*qˁa-*ɢʷˁar) ~ Särbi/Avar
煌(*tˁur-*ɢʷˁaŋ) ~ Turpan
: 그러므로 중고한어의 -n /-j 종성 중 일부는 상고한어의 -r 종성에서 기원한 것으로 생각됨.

D. -t의 경우 post-coda 앞에서 -j로 변화
- 拔(*bˁrot>bɛt): 뽑다 발~ 拔(*bˁrot-s>bajH): 무성하다 패
- 夬(*kʷˁret-s>kwæjH) ~ 決(*kʷˁet>kwet) ~ 缺(*Nə-kʷʰˁet>kʰwet)

E. -p는 postcoda -s가 있는 -ps의 경우 -ts를 거쳐 최종적으로 -jH가 됨. 특수하게 -ŋ으로 변할 수도 있음
- 入(*n[u]p>nyip) ~ 納(*nˁ[u]p>nop) ~ 內(*nˁ[u]p-s>nwojH), 盍(*m-kˁap>hap) ~ 蓋(kˁap-s>kajH)
- 風(*prəm>pjuwng), 熊(*C.ɢʷəm>hjuwng)

이렇게 상고한어 연구를 따라가 보면 형성자 중에서 음이 좀 다른 것들이 실제로 글자가 생겨났을 때에는 매우 유사한 음이었다는 것을 알게되며, 하나의 한자에 여러 음이 있는 것의 이유도 납득하게 됩니다.


한줄요약 

당시 조선朝鮮의 발음은 *t‹r›aw-*ser에 가까우며 쥬신은 정체불명의 단어임.


참고문헌

WH Baxter and L Sagart (2014), "Old Chinese - A new reconstruction", Oxford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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