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 역사 음운학 (4) - 중고 중국어의 초성 자음

 ※ 이 글은 반오운潘悟雲 저著, 권혁준 역譯의 "중국어 역사 음운학" 내용의 요약/정리를 바탕으로 몇가지 덧붙여 적는 것입니다.



4장 중고中古 중국어의 성모聲母 체계

운모의 재구와 마찬가지로 성모의 재구도 중국어 방언 자료, 해외의 한자음, 산스크리트어 불경 대역 자료를 토대로 이루어집니다. 

※ 그냥 이렇게 재구된다 생각하시고 아래 내용은 그냥 보지 말아 주세요. 표에서 괄호 안에 들어있는 것이 Kalgren이 재구한 음가입니다. 학자에 따라 재구성한 음가가 조금씩 다른데 다르게 생각하는 이유가 아래에 매우 어렵게 적혀 있습니다.


! 주의 ! 아래에는 알 수 없는 이야기가 적혀 있습니다.



1. 선禪(상常)모·선船모

칼그렌과 Li Fang-Kuei(이방계, 李方桂)는 상모와 선모를 서로 변별되는 음소로 보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중국의 각 방언에서 이 두 한자의 발음이 대부분 변별되지 않는다는 점, 상모와 결합하는 운모는 선모와 결합하지 않고 선모와 결합하는 운모는 상모와 결합하지 않아 서로 상보적인 관계에 있다는 것을 지적하였습니다. 후자의 이야기는 모음에 따라 음색音色이 약간 변하는 변이음 관계라는 것을 주장하는 것입니다. 영어로 치면 light L/dark L의 관계로 파악한 것이죠.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으로 《광운廣韻》支·脂·麻·魚·蒸·侵·眞·諒·薛韻에서 상모와 선모가 변별되고 있다는 것, 《안씨가훈顔氏家訓》에서 남방 사람들의 음운 체계에 종從모와 사邪모, 상모와 선모가 혼합되어 있다고 비판했는데 이는 역으로 안지추顔之推가 상모와 선모를 분별하고 있었음을 나타낸다는 것이 있습니다.


2. 낭娘모

니泥모는 단조端組에 속하여 운도韻圖 1등과 4등에 배치되어 있고, 낭모는 지조知組에 속하여 2등과 3등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칼그렌은 낭모가 지조와 같은 계열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였는데 니모에 속하는 노奴가 1등 반절상자半切上字에도 사용되지만 2등 반절상자로도 사용되고 있음을 지적하였습니다. 이런 논리라면 낭모는 3등에만 해당되는 음가가 되므로 운서 작성자들이 3등 운모의 개음medial 영향으로 생긴 변이음을 지조에 해당하는 비음이 없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이상적인 음운을 만들어 내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방언에서는 니모와 낭모가 차이가 없다는 것 역시 낭모와 니모가 변별되는 음소가 아니라는 근거로 사용되었습니다.

이에 대한 반론으로 Shao Rongfen(소영분,邵榮芬) 등은 니모 노奴가 2등 반절상자로 사용된 것은 분명하나 이는 전통음운학에서 말하는 유격類隔현상으로 단端모 글자 역시 지조知組의 반절상자로 사용되어 유격현상이 있었고 단조와 지조 사이의 유격 현상의 비율이 니모와 낭모 사이의 유격 현상 비율과 크게 다르지 않아 위와 같은 논리라면 단조와 지조도 변별이 되지 않는 음운이라는 주장이 되고 만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안사고顔師古의 《한서주漢書注》, 혜원慧苑의《신역대방광불화엄경음의》에서 니모와 낭모의 반절상자가 명확히 구별되고, 돈황 중국어-티베트어 전사 자료인 《아미타경》과 《금강경》에서 니모는 nd-나 n-를 음차하였고 낭모는 nʑ-를 음차하여 차이를 보이고 있어 두 음이 구별되는 음이라는 증거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개몽요훈開蒙要訓》에서는 니泥모와 래來모가 섞여 있고, 낭娘모와 일日모가 섞여 있어 역시 니모와 낭모가 별개의 음운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고금운회거요古今韻會擧要》에서 낭모의 일부 글자가 니모로 변화한 것에 대해 특별히 주注를 달아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니모와 낭모의 변별이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자료이기도 하지만 원래는 이 두 음이 서로 변별되어야 할 음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추가적으로 산스크리트어-중국어 전사 자료인 불경 번역 자료에서 낭모는 산스크리트어의 ɳ을, 니모는 n을 전사하고 있어 마찬가지로 낭모와 니모가 서로 다른 음임을 말해 줍니다.


3. 일日모

일모의 재구는 아직까지도 꽤나 논쟁적입니다. 방언에서 일모의 변이폭이 넓고, 특정 방언에서는 같은 글자가 구어냐 문어냐에 따라 발음이 달라지기도 하기 때문입니다.(이런 일모의 특성을 닮았는지 일모와 관련이 깊은 우리나라의 반치음 ㅿ의 음가도 학문적으로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학자에 따라 비음 계열의 ȵ으로 재구하거나 마찰음 계열의 ȵʑ로 재구가 나뉘고 있습니다.


4. 운云(우于)모

운모는 원래 갑匣모 3등 글자였다가 개음의 영향을 받아 점차 음가가 변화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여러 문헌에서 갑모와 운모가 원래는 같은 음이었음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산스크리트어 번역 자료에서 반모음 ɥ는 이以모로, vat(活), vi(瑋)는 운모와 갑모의 합구合口 글자로 v-를 전사하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5. 지知·장莊조組

칼그렌은 지·장조에 해당하는 음의 재구를 권설음으로 하였는데 이는 산스크리트어 권설음을 지조와 장조 한자를 사용해서 전사하였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서 중고한어의 지·장조는 아직 권설음 단계가 아니었다(치경구개음이거나 후치경음)는 반론이 있습니다. 이 반론의 이유는 1. 동일한 권설음이라면 吒, 咃, 嗏와 같은 글자를 만들어내면서 전사할 이유가 있을까. 특히 래來모로 권설음 ʈ나 ɖ를 전사한 것은 중고한어에 권설음을 인정할 수 없는 이유가 된다. 2. 지섭止攝은 《중원음운中原音韻》에서 제미齊微운과 지사支思운으로 나뉘어지는데 제미운의 모음은 -i, 지사운의 모음은 -ɨ 로 재구되고 된다. 이 시기 지知모 글자는 胝를 제외하고는 모두 제미운에 속하는데 지모가 권설음이라면 i 모음과 함께 발음하기 어렵다. 3. 창昌모와 초初모가 각각 치경구개 파찰음 tɕʰ와 권설 파찰음 ʈʂʰ이었다면 《중원음운》에서 창모와 초모를 묶어 천穿모라 이름 지은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 4.  장조 중 創·莊·霜 등은 개구開口음인데 여러 방언에서 합구음이 되어 있다. 후치경음이었다고 생각하면 이를 자연스럽게 설명할 수 있다. -가 있습니다.

이에 대해 Mai Yun(맥운, 麥耘)은 재반론하기를 1. 산스크리트어 ɳ ɖ를 전사할 때에는 상용자인 茶, 拏를 사용하였고, 유기음 ɖʱ를 전사할 때에나 嗏를 사용한 것이며, 래來모로 권설음을 전사한 것은 산스크리트어 자체를 전사한 것이 아니라 중앙아시아에서 이미 ʈ나 ɖ가 ɭ로 변한 것을 전사했기 때문이다. 2. 입술이 모아지는 현상은 후치경음이 아니라 권설음이라도 가능하다. 3. 권설음과 -i의 만남이 안정적이지 않은 것은 개음 -i 탈락 현상을 오히려 더 잘 설명하는 것이다. -라 하였습니다.


6. 사俟모

칼그렌은 장조莊組에 유성 마찰음을 재구하지 않았으나 1. 漦와 俟가 계련系聯하며 茬와 士와 대립하고 있고,  漦와 俟는 상常모(선禪모) 2등에 배치되어 있다. 2. 돌궐 목간가한木杆可汗의 이름인 사근俟斤이 오르콘 비문의 Irkän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이는데 ir가 俟에 해당하므로 파찰음에 대응할 수 없으므로 마찰음에 대응해야 한다고 하여 이후의 학자는 장조의 유성 마찰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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