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기념 국어 음가 변화
대강 막 써 보는 내용으로 실질적인 양상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어디까지 참고로만 받아들이십시오.
정해진 규칙에 따라 구강구조를 사용해서 음성정보를 만들고 이를 인식, 해석하여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가리켜 음성언어라고 부를 수 있겠습니다. 구강구조 이외의 신체를 사용하여 음성을 만들어낼 수도 있겠지만 그런 언어는 없는 것으로 생각되니 구강구조만 놓고 이야기해도 무방하겠지요. 음성언어는 자음과 모음의 조합으로 나눌 수 있겠는데 제대로 따지고 들면 자음과 모음이 어떻게 구별되냐, 특성이 뭐냐 가지고 한 세월을 이야기해야 하는 것으로 보여 감히 문외한인 제가 교통정리를 할 입장이 아니니 넘어갑니다. 아무튼 입의 각 부분에서 기류가 막히거나 부딪히거나 터지면서 자음을 만들어내는 고로 소리가 만들어지는 위치에 따라 순차적으로 나열할 수 있습니다.훈민정음이 만들어질 시절에는 이처럼 입술에서 소리가 나는 순음, 잇뿌리 뒤에서 소리가 나는 설음, 마찬가지로 잇뿌리에서 소리가 나지만 소리를 만들어내는 방식이 다른 치음, 입 뒤의 부드러운 입천장(혹은 그보다 더 깊은 곳에서) 소리가 나는 아음, 목구멍에서 소리가 나는 후음으로 나눌 수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반치음이나 순경음, 옛 이응등을 볼 수 있습니다. 당대의 ㅇ의 음가와 역할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으므로 ?로 표기하였고, 된소리 중에 ㄲ, ㄸ, ㅃ은 존재가 대체적으로 인정되나 ㅉ은 아직 등장하지 않았거나, 등장하고 있던 중으로 아직 확고한 음소가 되지는 않았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ㅆ 역시 현재와 같은 음가인지 이의가 제기되고 있어 ?로 표시합니다.
아시다시피 몇몇 음소는 사라졌습니다. ㅅ, ㅈ, ㅊ의 경우 원래 잇뿌리에서 조음되던 것이 후치경음화 하였고, 이에 이 자음들 뒤에서 ㅏ, ㅓ, ㅗ, ㅜ와 ㅑ, ㅕ, ㅛ, ㅠ가 변별되지 않아 일괄적으로 탈락하는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그 중에서 ㅅ, ㅆ은 다시 조음점이 옮겨와 다시 잇뿌리에서 조음되고 있어 '샤, 셔, 쇼, 슈'가 가능하게 되었으나 한번 바뀐 한자음들은 다시 돌아오지 못했기에 ㅅ, ㅈ, ㅊ 뒤에 ㅑ, ㅕ, ㅛ, ㅠ가 붙는 한자음은 하나도 없게 되었습니다.
모음의 경우 모음을 발음할 때 혀가 위로 들리는지 가라앉는지에 따라 고모음/중모음/저모음으로 분류하며 혀를 들 때 앞부분이 들리는지 뒷부분이 들리는지에 따라 전설모음/중설모음/후설모음으로 분류합니다. 여기에 입을 오므리는지의 여부를 두고 평순모음/원순모음으로 나눌 수 있기에 위와 같은 표 형태로 나타납니다.
훈민정음에서 현재의 언어학 규정에 따라 분류한 것이 아니고 당대에 녹음기가 없으니 선행/후행하는 자음에 따라 모음이 얼마 정도로 오락가락 하는지 알 방법이 없습니다만 대개는 다르지 않다고 가정할 때 크게 ㅓ와 아래아 ㆍ가 현재와 달랐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현재 ㅓ는 발음할 때 혀가 목구멍 근처에서 들리는 후설모음입니다만 ㅏ와 ㅓ가 음양으로 대립했다는 점, 중국어 평순 전설 중모음이 ㅓ나 ㅕ로 전사轉寫되는 점, 무엇보다 ㅓ 자리에 아래아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원래는 후설모음이 아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래아 ㆍ는 마찬가지로 ㅡ와 음양으로 대립했다는 점, 원순모음이 될 때 ㅡ는 ㅜ로 변할 때 ㆍ는 ㅗ로 변했다는 점, 중국어 전사자료, 소멸시 어중에서는 ㅡ로, 어두에서는 ㅏ로 합류하는 것을 볼 때 중설모음-후설모음 사이, 중모음-근저모음 사이의 지역으로 생각되므로 현재의 ㅓ 음가와 겹칩니다.
중세 이후로 ㆍ와 ㅡ에서는 원순모음화가 일어나 ㅗ, ㅜ로 변하는 양상이 나타나는데 이는 중세국어/근대국어 시기에 꾸준히 일어나는 변화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원래 ㅐ, ㅔ, ㅚ, ㅟ는 이중모음으로 각각 ㅏ, ㅓ, ㅗ, ㅜ가 중심 핵어였으나 상승모음화가 일어나 단모음 ㅐ, ㅔ, ㅚ, ㅟ가 발생합니다.(ㅚ, ㅟ는 원순모음이라 괄호 표시가 붙어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대로 ㆍ가 소실되면서 어두에서 ㅏ, 어중에서 ㅡ에 합류하는데 중모음에서 ㅏ로 바로 합류했는지, 저모음으로 먼저 이동한 후 전설화가 일어난 것인지는 연구자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물론 ㆍ가 중모음이 아니라 근저모음이었다고 생각한다면 근저모음에서 바로 전설화가 일어났다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현대에는 ㅐ, ㅔ, ㅚ, ㅟ중 ㅟ는 반모음 w를 사용하게 되는 이중모음이, ㅚ는 마찬가지로 반모음 w를 쓰는 이중모음으로 발음하거나 아예 ㅔ에 합류하고 있고, ㅐ 역시 ㅔ와 변별되지 않게 되었습니다. 북한의 경우 ㅓ가 저모음화 하면서 원순모음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하는데 북한과 남한의 교류가 단절된 상태로 지속된다면 어휘 뿐만이 아니라 음운도 바뀌게 될 것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자음에서도 북한은 구개음화나 두음법칙을 인정하지 않는 음운체계를 가지고 있으므로 분단이 한국어를 정말 문화어와 표준어로 분화시키고 있는 촉매로 작용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관련 글
추가 참고문헌
진남택 (2002), "한국어의 구개음화에 대한 일고찰 -일본자료를 이용하여-", '말소리' 1, 232-251.
안대현 (2009). "한국어 중앙어 ㄷ구개음화의 발생 시기", '국어학' 54, 109-136.
정인호 (2010), "중세어 'ㅆ,ㆅ'에 대한 고찰", '진단학보' 110, 241-260.
오종갑 (2011), "국어 방언에 반영된 어두경음화", '한민족어문학' 58, 239-271.
오광근, 김주필 (2013), "후기중세국어 원순모음화 현상의 양상과 특징", '반교어문연구' 34, 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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