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친혼은 어떻게 유전병 확률을 증가시키는가?
많은 분들이 피상적으로 근친혼이 유전병을 불러일으킨다고만 알고 있으신데 본격적으로 따져보는 시간을 잠깐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임의의 유전자 A1에 대해서 비정상적인 대립유전자의 집단 내 존재 비율을 a1이라고 합시다. 이 유전자가 상염색체에 존재할 때 동일한 유전자를 2개 가지게 되므로, 본인이 비정상적인 대립유전자를 하나도 가지지 않을 확률은 (1-a1)^2과 같습니다. 인간 전체 유전자의 개수를 N으로 둘 때에(통상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유전자가 2만에서 2만5천 정도로 생각하나 단백질을 암호화 하지 않는 유전자도 있고, 유전자 그 자체도 정의가 애매한 부분이 있어서 확정적인 숫자는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비정상적인 대립유전자를 하나도 가지지 않을 확률은 (1-a1)^2*(1-a2)^2*....*(1-aN)^2 정도가 될겁니다. a1...aN의 확률이 동일하다고 가정할 시 (1-a)^2N이 되므로 a가 매우 작다 하더라도 비정상적인 대립유전자를 하나도 가지지 않을 확률은 0에 수렴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중 임의의 유전자 A에 대해 정상적인 대립유전자와 비정상적인 대립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시다. 비정상적인 대립유전자는 우성일 수도 있고 열성일 수도 있겠으나 본인은 정상이라고 두기 위해서 열성 대립유전자를 하나 가진 보인자 상태라고 합시다. 그렇다면 유전형은 Aa입니다. 배우자 역시 일정 유전자에 대해서 보인자 상태이겠지만 A에 대해서는 모두 정상적인 대립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가정합시다. 그렇다면 유전형은 AA입니다.
Aa × AA이므로 자식의 유전형은 AA일 확률이 1/2, Aa일 확률이 1/2입니다. 그러므로 대립유전자 a를 가지고 있을 확률은 1/4가 됩니다. 손자 대에서 대립유전자 a를 가지고 있을 확률은 1/8이 됩니다. 그러므로 본인과 자식(1촌)간의 근친혼으로 aa 돌연변이 표현형이 등장할 확률은 1/8, 2촌간의 근친혼은 1/16, 3촌은 1/32, 4촌간은 1/64의 확률이 됩니다.
유전자 A뿐만이 아니라 B 유전자에 대해서도 보인자 상태일 수 있습니다. 유전형은 AaBb가 되겠지요. 자식의 유전형에서 대립유전자 a 혹은 b를 가질 확률은 3/4가 됩니다. 본인과 자식간의 근친혼으로 aa 혹은 bb 돌연변이 표현형이 등장할 확률은 15/64가 되고 촌수가 하나 증가할 때마다 확률은 절반씩 감소합니다.
비정상 대립유전자를 하나씩 더 가지게 될 때마다 확률은 (1/2^n)*[sigma(k=1->n) nCk*{1-(3/4)^k}] (맞나?)가 되어 1/8 = 12.5%에서 15/64 = 23.4%, 33.0%, 41.4%로 꾸준히 증가합니다. (이 확률은 유전자간 linkage 때문에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촌수가 하나 증가할 때마다 확률이 절반씩 감소하는 것에는 큰 변화가 없습니다. 비정상 대립유전자를 6개만 가지고 있어도 열성 유전자의 동형접합(homotype)이 발생할 확률이 4촌간의 결혼에서도 6% 가까이 이르게 됩니다. 역시 근친혼은 숨어 있던 열성 비정상 대립 유전자를 두드러지게 드러내 보이는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생명체는 꽤나 많은 품질검증(?) 과정을 가지고 있어 비정상적인 유전자 조합을 가지는 경우 출생까지 가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일단 성세포는 감수분열 이후 두 번의 유사분열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성세포의 발달과 관련된 유전자가 망가진 세포가 걸러지게 되고, 이후 수정과, 착상, 발달 과정 동안 많은 유전자가 기능을 해야 하므로 실제로는 유전병을 가진 아이가 출생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일단 근친혼으로 정상적인 아이가 태어났다고 합시다. 임의의 유전자 A에 대해 전체 인구에서 비정상 대립유전자의 비율을 p라고 둡시다. 열성 유전자 동형접합의 아이는 사산된다고 가정할 시 p^2만큼 열성 유전자의 비율은 감소하기 때문에 비정상 대립유전자를 가질 확률은 p/(1+p)가 되고 p는 정의상 0보다 크고 1보다 작은 수이므로 p/(1+p)는 반드시 p보다 작습니다. 그러므로 최초의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확실히 비정상적인 개체를 제거할 수 있다면, 근친혼을 거듭할 시 비정상 대립유전자가 빠르게 pool안에서 감소하므로 몇 세대 만에 완전히 비정상 대립유전자를 일소(一掃)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자연계 내에서 자가교배나 근친간의 짝짓기를 거듭하는 생물종을 쉽사리 찾을 수 있습니다. 실험용으로 사용하는 생물들도 근친교배를 하여 생물체의 유전정보를 동일하게 만들지요.
그렇다면 근친혼을 거듭했을 때 유전병 확률이 증가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는 소집단에서 자식을 적게 낳기 때문에 벌어지는 통계 왜곡 현상과 비정상적인 개체가 제거되지 않고 혼인에 참여하며, 완전한(!) 근친혼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근친혼으로 비정상 대립유전자를 일소하더라도 단 한번의 족외혼으로 배우자가 가지고 있는 보인자가 흘러들어오게 되며 이는 다음번의 근친혼에서 비정상 대립유전자 동형접합이 발생할 확률이 매우 높이게 됩니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