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Y 염색체 염기서열 분석자료를 토대로 구성한 선사시대

 염기서열 분석법이 발전함에 따라 집단 유전학 방법으로 과거의 양상을 들여다 보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Y 염색체, 미토콘드리아 DNA, 상염색체의 염기서열을 분석하여 인종 집단이 어떤 식으로 구성되어 탄생했는지, 어떤 식으로 이주나 이동을 해 왔는지에 대해서 과학적인 접근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부계 한성 유전이 일어나는 Y 염색체의 하플로타입을 추적해가면 집단을 구성하는 남성 계보를 파악할 수 있게 되는데, 부계의 특성 상 정복이나 이주, 기술/언어의 확산 양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역사를 재구성하는데 요긴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오늘 간략하게 소개해 드릴 논문은 세계 26 곳에서 얻은 1244개의 Y 염색체 전체 염기서열을 해독하여 과거에 이루어졌던 Y 염색체의 부분만 확인해서 특정하던 하플로타입 결정 방식이 새로운 도약을 하게 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이 되겠습니다.

GD Poznik et al. (2016) - Punctuated bursts in human male demography inferred from 1,244 worldwide Y-chromosome sequences, Nature genetics.


<Y 염색체 계통도 분석 결과>

- 얻게된 Y 염색체 자료를 토대로 계통도를 그렸을 때 위와 같은 결과가 나오게 됩니다. 이는 과거에 이루어졌던 Y 염색체 계보도와 일치하는 것이며, 해당되는 sample 수에 대해 그림을 그리게 된 것이므로 전 세계 인구 비례를 반영하지는 않습니다. 세로축은 예상되는 분화시기를 보여주는 것으로 O 하플로타입의 경우 4만년전, R1a/b의 경우 분화와 팽창이 1만년도 채 되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Y 염색체 정보를 토대로 알려져 있는 염기서열 변화 확율을 대입하여 현 인류는 약 19만년전에 존재했던 한 남성의 자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으며 대부분의 하플로타입의 등장과 팽창이 5만~5만5천년 전에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플로타입 중 A와 B는 아프리카 밖을 나온 적이 없는 것으로 생각되며 CT clade 중에서 E는 아프리카에서, C,D,F는 아프리카 밖에서 나타나는 하플로타입입니다. CF/DE의 분화가 아프리카 안에서 일어난 일인지, 아프리카 밖에서 일어난 일인지에 대해서 여러 논의가 있습니다만 C, D, F 하플로가 독립적으로 세번(혹은 CF clade가 이동한 것으로 보아 두번) 아프리카 밖으로 진출했다는 설명보다는 아프리카 밖으로 나온 집단 중 E 하플로가 한 번 다시 아프리카로 되돌아 간 것으로 보는 편이 자연스러울 것입니다. 이에 대해선 상염색체 염기서열 분석결과 아시아에서 아프리카로 5만~8만년 즈음 이동이 있었다는 결과와 맞물리는 해석입니다.

아프리카 밖으로 나온 인류는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 들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GHIJK 하플로타입 모두의 선조와 형제 관계(라고 말하는 것이 이해하기가 편하실 겁니다.)가 되는 F 하플로타입은 매우 희귀한 하플로타입인데 이번 연구에서 베트남에서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어 CF clade가 동남아시아에 살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남아시아 특이적인 하플로타입 H에 속하는 H0 하플로타입(새로운 하플로타입이 나왔으므로 ISOGG에서 H 타입 명명법이 바뀔 것이기에 임시적인 네이밍입니다.)의 분화가 적어도 5만1천년전에 일어난 것으로 보이므로 형제관계인 IJK 역시 남아시아-동남아시아 인근에 있었을 것입니다. 인도 텔루구인 샘플에서 마찬가지로 처음 동정된 하플로타입 K2a-HG03742 정보를 얻게 되었는데 역시 형제관계인 NO는 그 때까지 인도-인도네시아 인근에 있었을 것입니다.

이 K2a 하플로타입은 4만3천~4만7천년 전의 고인골샘플인 서-시베리아 Ust’-Ishim 샘플과 유럽에서 네안데르탈인과 추가적인 혼혈이 벌어졌음을 보여주었던 3만7천~4만2천년 전의 고인골샘플인 Oase1 샘플의 하플로타입입니다.(현재의 인류 중에는 이 추가적인 혼혈인의 자손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통해 5만년 전부터 동남아시아에서 유라시아 각지로 점차 인류가 이동해 간 것을, 적어도 하플로타입 K에 해당하는 고인류가 동남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이동해 온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순다랜드의 모습. 빙하기 시절 풀색 지역은 육지였을 것이고 육지가 최대로 확장되었을 경우 연두색 지역까지 땅으로 드러나게 됩니다. 120m 이하의 지역은 그 당시는 얕은 바다였을 것입니다.>

하플로그룹 중에서 특정 시기 갑자기 확장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아메리카에 주로 분포하는 Q1a-M3는 1만5천년 전 확장이 일어났는데 아메리카 정착과 관련이 있을 것입니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는 E1b-M180이 5천년 전에 확장이 일어났는데 이 하플로는 반투족이 아닌 니제르-콩고 어족에서도 나타나는 하플로이기 때문에 반투확장보다는 그 이전의 철기 문화와 더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서유럽에는 R1b-L11이 4800과 5500년 경에 급속도로 팽창하였습니다. 우크라이나에서 기원한 Yamnaya 문화의 확장과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만 6개의 Yamnaya 고인골 sample에서는 나오지 않았던 하플로이기 때문에 5500년 경의 확장이 Yamnaya 문화의 팽창과 관련이 있는지는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4800년 전의 팽창은 Corded Ware문화와 Bell Beaker문화 확장에 대응된다고 생각됩니다.

남아시아의 경우 H1-M52, L-M11, R1a-Z93이 4000-7300년 전, 특히 R1a-Z93이 4000-4500년 전 팽창하였는데 이는 인더스 계곡 문명이 붕괴되던 시기보다 몇 세기 앞서는 때입니다. 인도-유럽어족의 인도아대륙 이주와 관련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 동아시아의 경우 갑작스러운 확장 양상이 드러나지 않는데 한 문화가 다른 문화를 압도하지 못했기 때문이거나 원래부터 인구가 많아 한 하플로가 다른 하플로를 인구학적으로 압도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생각됩니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가야에도 관심을 - 가야연구 맛보기 (12) : 대가야의 성장

동국정운 서문을 다시 들여다보며...

고대 해수면 변화 3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