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유럽어족의 고향과 그에 대한 고고학적 관점 (3)
The Indo-Europeanhomeland from linguistic and archaeological perspectives
DW Anthony and D Ringe
Annu. Rev. Linguist.,2015, 1(13) 1-21.
2. 바퀴와 원시인도-유럽인의 탄생 시기(2)
Gray &Atkinson(2005)에서 제시한 두 번째 가설은 바퀴와 관련된 어휘들이 기원전 3500년 전 바퀴가 발명된 이후 유럽과 아시아에서 차용되었으나 차용된 시기가 매우 오래 전이라 언어학자들이 그 차용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언어 변화에 대한 기본적인 사실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각 언어는 세대를 거쳐가면서 저마다 일정한 규칙에 따라 음운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에, 관련되어 있는 언어들을 비교하면 각 언어들이 어떤 특이적인 음운 변화 규칙이 있는지 알아낼 수 있다. 원래 있었던 어휘인지 차용어인지는 규칙적인 음운 변화를 따라 움직이는지 아닌지를 통해 판별이 가능하다. 비교언어학의 방법을 사용해서 고대에 일어난 인구어 사이의 어휘 차용 여부를 판별하는 것이 어려울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판별이 가능했다. 몇 세기에 걸쳐 두 친척 언어가 접해 있었고, 이들에게 인지할 수준의 음운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그 경우 실제로는 차용어이지만 두 언어가 조상 언어로부터 공통적으로 물려받은 어휘라고 잘못 여길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원시인구어의 자손 언어들이 2천년 이상이나 음운 변화가 일어나지 않아 이 다섯 개의 탈 것 관련 어휘의 차용 양상을 밝혀낼 수 없게 되었다는 가정은 확률적으로 불가능하다.
더 나아가 이 차용 시나리오가 확률적으로 가능하다손 치더라도 설명해야 할 의문들이 추가로 발생한다. 인구어 분화가 일어난 후 3000년이 지났다면 분화한 자손 언어 중에서 바퀴와 탈 것의 이름을 붙인 언어는 그 중에 무엇인가? 예를 들어 그 언어가 그리스어나 켈트어라고 한다면 어째서 다른 인구어 집단의 어휘에서 그리스어나 켈트어의 음운 흔적을 발견할 수 없는가? 아마도 원시 그리스어의 어휘는 인구어의 *kwékwlos처럼 발음하기 보다는 현대 그리스어에 발음인 /kúklos/에 좀 더 가까운 음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고대 영어 hwēol의 선조인 원시 게르만어의 *hwehwlaz는 /kúklos/의 자손 어휘라고 볼 수 없다.(*kwókwlos나 그 어떤 가능한 형태의 그리스어 어휘 중간형도 마찬가지다.)
종합하면 신석기 농경 문화의 확장을 원시인구어 분화의 원인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시기에는 아나톨리아나 그리스나 Linear Pottery 신석기 문화나 모두 바퀴 달린 탈 것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아나톨리아어가 분화한 다음의 원시인구어 사용자가 발명해 낸 것이다. 또한 원시인구어 재구가 문제없이 이루어질 정도로 아나톨리아어와 비-아나톨리아 인구어가 서로 유사하기 때문에, 아나톨리아어와 후기 원시인구어의 선조인 초기 원시인구어는 그렇게 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시기에 있었던 언어는 아님을 알 수 있다. 바퀴가 발명되기 이전에 사용되었던 초기 원시인구어로부터 아나톨리아어가 분화해 나왔으므로 그 시기는 아마도 기원전 5천년대, 좀 더 적절한 시기는 기원전 5천년대 후반일 것이다.
최초의 농부가 아나톨리아에서 그리스로 이주한 것은 기원전 6700-6500년이므로 그 농부가 사용한 언어는 비-인구어에 속하는 언어임이 분명하다. 고고학적으로 그 시기 아나톨리아에서 사용한 언어가 몇 가지 알려져 있다. Hatti어와 Hurri어는 비-인구어 언어로 동부와 중부 아나톨리아에서 인구어족이 등장하기 이전에 사용되던 언어이다. 기원전 1900-1800년 경의 아시리아어 문헌에서 Hatti어 인명(人名)을 찾아볼 수 있으며(히타이트어 인명 중에서 가장 이른 시기에 기록된 것과 동시기로 볼 수 있다.), Hurri인의 인명은 그것보다 훨씬 이른 시기부터 등장한다. 히타이트어와 루위어에 정통한 학자들은 이 언어들이 아나톨리아로 침투해 들어오면서 상층언어와 기층언어에서 재지민의 비-인구어적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고 여긴다. 히타이트의 중심 지역에서의 비-인구어족의 우위는 히타이트가 등장하기 4500년 전에 아나톨리아가 원시인구어의 고향이라는 설명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이다. 특히 기원전 1900-1800년 전에 아나톨리아에서 사용되던 인구어는 모두 하나의 어족 집단에 속하는데, 이 언어들 사이의 거리는 21세기의 웨일즈어와 아일랜드어의 거리보다 가깝다. 히타이트어와 다른 아나톨리아제어 사이에 4500년 간의 시간적 차이가 있다면, 이는 현재의 우리와 신석기 후기 Bell Beaker 문화와의 시간 격차와 동일한데 어째서 아나톨리아 어족에서는 그러한 언어학적 차이를 발견할 수 없는가?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