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유럽어족의 고향과 그에 대한 고고학적 관점 (1)

 The Indo-European homeland from linguistic and archaeological perspectives

DW Anthony and D Ringe
Annu. Rev. Linguist., 2015, 1(13) 1-21.


머리말

2세기 동안, 인도-유럽어(인구어)의 본향(本鄕)을 찾는 일과 각 어족의 분화와 확장을 설명하는 것은 풀리지 않는 숙제였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문자적인 증거 없이 고고학적인 증거와 언어적인 증거를 연결시키기 어렵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그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세부 학문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사람들 사이에서 학제간 교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각각 유럽 고고학과(Anthony) IE 역사 언어학(Ringe)을 전공한 사람들로서 우리의 연구를 위해 관련된 세부 학문들을 서로에게 가르쳐야만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의 협동 연구는 궁극적으로 필요한 일이다. 이것은 단지 개별 학문 연구의 오류를 줄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구어의 고향을 찾는 문제와 같이 광범위한 조건을 만족시켜야 하는 경우 그 결과물은 모든 관련된 세부 학문의 증거를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와 같은 융합적 해결 방법이 언젠가는 이루어지리라 믿는다.

독자들은 원시인구어와 같은 재구된 선사시대의 언어가 고고학적인 증거와 연결될 정도로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할 것이다. 대부분의 역사 언어학자들은 조건부로 '그렇다'라고 할 것이다.

어떤 선사시대 언어든 일정 부분만 복원이 가능하다는 것은 당연하다. 단지 확정된 자손 언어가 얼마나 그 선조의 언어를 잘 보존하고 있느냐에 따라서 어휘나 문법의 복원 정도가 달라지는 정도이다. 몇 가지 세부 정보는 복원 불가로 남게될 것이며, 오래된, 그리고 덜 오래된 재구 어휘가 그러했듯이 현재의 재구 형태도 잠정적인 것일 뿐 언젠가 대체될지 모른다.

그러나 두 가지 이유에서 우리가 재구한 원시 언어가 당시 실제 언중들이 말하던 언어와 어느 정도 근접해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 자신감의 근거 1은 원시 언어 재구에 이용된 "비교 언어학 방법"의 특성에 근거한 것이다. 이것은 간단한 수학적 방법을 사용하여 얻게된 음운 변화의 규칙성을 사용하여, 내부정합성을 만족시키고 다른 외부 자료에 대해서 설명할 수 있는지 검정하여, 다른 연구자들 역시 반복적으로 확인 가능한 명확한 결과를 얻는 방법이다. 또다른 근거는 "동일 과정의 원리(Uniformitarian Principle)"로 고생물학자와 같은 시간의 흐름을 다루는 과학에서 주로 볼 수 있는 방법론이다. 언어학에 이 원리를 적용한다면, 언어 변화를 가져올만 하다고 증명된 외부 충격이 없는 한 과거의 언어 구조가 어른에서 아이로 전해지며, 그 과정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그런 언어적 변이가 그 언어권 사이에 확산되며, 우리가 관찰하고 연구하는 현존하는 언어들은 그런 변화가 반영된 결과물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동일 과정 원리는 과거부터 살아남은 불충분한 언어 자료 데이터와 어쩔 수 없는 한계를 가진 우리의 재구된 원시 언어에 살을 붙일 수 있게 도와준다. 혹은 또 다른 방식으로 논리를 전개해 보자. 만약 간단한 수학적 방법에 의한 재구로 현존하는 언어들에서 관찰하는 범위에 수렴하는 구문을 도출해 낼 수 있다면, 그 재구 결과를 과거의 어떤 언중 집단이 가졌을 실제 언어에 어느 정도 대응될 수 있다고 가정하는 것은 무리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재구에 사용된 현존 언어들이 언중 집단에서 도출된 것이기 때문이다. 재구된 원시인구어의 구(句), 음운 체계, 어휘 목록이 논리 정연하여 실제 언어와 다를 것이 없는 수준이기에, "동일 과정 원리"에 기초하여 적절한 방법론을 통해 구성된 원시인구어 사용자 집단은 고고학을 통해 복원된 인적 집단에 대응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일반론은 원시 언어 재구가 자세하게 될 수록 더 강력한 설득력을 얻게 된다. 복잡한 가정 아래에서만 성립하는 원시언어의 구문은 타당성이 떨어지며 우리가 사용하는 방법론이 인위적인 오류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문 재구의 내적적합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임시적인 재구를 줄이는 방향으로 가설을 손질해 나간다면 점점 더 강력한 이론을 정립해 나갈 수 있다. 원시인구어를 연구하는 우리는 매우 운이 좋은 사람들이다. 우리는 오랜 시간동안 개발한 상대적으로 취약하고 제한적인 가설에 기반하여 복잡한 문법을 재구성해낼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선사시대의 물질문화와 원시언어를 대응시키는 작업은 매우 가치있는 일이다. 우리가 재구해 낸 원시언어 어휘 중 일부는 매우 특별한 의미를 가지며, 몇몇은 고고학적 증거와 독립적으로 그 고고학 증거와 관련된 기술 발달 양상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알려주는 지표가 될 수 있다. 이는 매우 중요한 점인데, 기록이 없는 시대에 고고학만으로는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 집단에서 특정한 발명품을 만들어 내었는지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우 연대를 추정할 수 있는 유물과 이를 가리키는 단어 사이의 관련성은 간접적인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도 원시인구어는 매우 운 좋은 경우라는 것을 아래에서 보게 될 것이다.


1. 원시인구어 하위 소집단과 그것이 내포하는 의미

그러나 문제는 재구된 원시인구어와 고고학 기록을 대응시키는 것부터 시작된다. 인구어족에 속하는 열 개의 어족집단은 서로 별 연관성이 없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다. 각자가 어떻게 분화해 나갔는지 순서를 결정하는 소집단을 묶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 분명하지만 학자들 간에 어느 정도 의견 일치는 이루어져 있다. 히타이트어를 포함하는 아나톨리아 소집단의 선조 그룹이 제일 먼저 원시인구어족에서 분리되었으며 계통분류학적인 관점에서 인구어족을 아나톨리아 집단과 비-아나톨리아 집단으로 나눌 수 있다. 토하라어(현재 중국 서부의 신강 자치구 지역에서 서기 10세기 경까지 사용된 언어) 집단의 선조가 다시 비-아나톨리아 집단에서 여러 언어가 분화하기 이전에 떨어져 나온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아나톨리아어와 비-아나톨리아어에 속하는 자손 언어에서 모두 확인 가능한 어휘만이 "초기" 인구어 재구에 활용될 수 있으며, 토하라아어와 기타 인구어에서 동시에 나타나는 어휘가 비-아나톨리아어 재구에 사용될 수 있다.

좀 더 용어를 명확히 정의하자면, 이 논문에서 "초기" 인구어란 아나톨리아어와 비-아나톨리어 가지가 서로 갈라지기 이전의 마지막 공통 조상 집단이 사용하던 언어를 가리킨다. "후-아나톨리아" 인구어는 토하라어를 포함하는 비-아나톨리아 공통조상이 사용하던 언어를 가리킨다. 아나톨리아어와 토하라어가 분화되어 나간 이후에도 아직 분화되지 않은 인구어 방언 집단에 대해서 "후기" 인구어라는 용어를 사용할 것이다. 이 후기 집단에서 이탈리아-켈트어 사용 집단이 제일 먼저 분리되어 나간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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