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티베트-버마어족의 분화와 기원에 대하여 (1)
The Diversity of the Tibeto-Burman Language Family and the Linguistic Ancestry of Chinese
George van Driem
BULLETIN OF CHINESE LINGUISTICS 1.2:211-270, 2007
<전략>
7. 언어학적조상과 생물학적 조상
어느 언어 집단의 조상이되는 사람들이 그 집단의 생물학적 조상과 일치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우리의 모든 유전물질은 우리의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이고, 우리의 모어 역시 대개 우리 부모에게서 배운 것이다. 이처럼 언어와 유전자 사이에는 그럴 듯한 상관관계가 있지만, 이 언어와 유전자의 변화 양상의 불일치 양상은 그것이 일치했을 때보다 더 많은 것들을 우리에게 알려줄 수 있다.
유전학 결과는 선사시대에 일어난 이러한 언어학적 불일치 현상이 성별에 따라 그 양상이 달라지는 것을 보여준다. 파키스탄 북쪽에 위치한 Baltistan의 티베트 방언은 모든 티베트 방언 중에서 가장 원형의 것을 보존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다른 티베트 방언에서 철자법에서만 그 흔적을 가지고 있는 자음군(consonant cluster)이 잘 보존되어 있다. 그러나 Balti인들은 15세기에 이슬람으로 개종하면서 원래 티베트문자를 버렸다. 최근에 들어서 가게 간판과 같은 곳에서 티베트문자를 되돌리려는 시도가 있지만 중앙 정부의 정책을 꽤나 거스르는 일이다. 역설적이게도 오래된 자음군은 더 이상 티베트에서 발음되지 않지만 원래 철자법의 보수성 덕분에 이 음성학적 잔재들은 문어(文語)에서는 아직도 사용되고 있다. Balti인의 유전학 연구는 Y 하플로그룹에서는 근동지방에서의 남성의 침투 흔적을 보여주는 반면, mtDNA에서는 원 티베트 모계가 주 구성원임을 보여주었다. 즉, Balti인의 종교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나, 그들이 말하는 말은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유전학 연구는 북인도의 인도-아리아어의 분포와 북서부로부터의 Y 하플로그룹 침투 패턴을 보여주었고, 이는 많은 언어학자나 고고학자들이 생각한 인도의 선사시대 역사를 반영해 주는 결과였다. 리그베다에 묘사된 것처럼 아리아인의 침입은 Montimer Wheeler의 말을 빌리자면 원주민의 도시를 뒤덮는 공격의 형태로 상상되었다. 예를 들어 아리아의 신 인드라는 purandara라는 이명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원주민 성의 파괴자’라는 뜻으로 전승에 따르면 90개의 요새를 부수었다고 한다. 많은 학자들이 아리아인의 전승에서 나오는 Dasyus의 예속과 정복, 그리고 원주민 도시의 파괴를 인더스 계곡 문명의 멸망과 연결짓곤 한다. 이러한 파괴활동은 주도적인 남성 집단의 침입을 수반한다. 유전학 연구는 인도-아리아어를 사용하는 북인도에서 스리랑카에 이르는 지역에서 Y 하플로그룹 L, R1a, R2가 확장되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반대로 모계 mtDNA는 인도 아대륙의 재지 계통이 압도적이었다. 동시에, 인도-아리아어가 북서부에서 인도아대륙으로 침투해 들어온 것은 매우 분명한 사실이다. 자, 그럼 베다와 아베스탄은 부계를 따라 내려온 언어 전승을 보여주는 것인가?
유전학 연구는 중국어의 전파에 대해서는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을까? 1990년대의 선도적인 연구 결과는 북중국의 만다린 사용자와 티베트인의 차이보다 남중국 중국어 사용자와 만다린 사용자의 차이가 더 크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광동어나 민어는 중국어에 포함됨에도 말이다. 남중국과 북중국의 한족 사이의 이러한 유전적 차이는 중국의 역사에서 알 수 있듯이 한족의 문화와 언어가 확장되어 왔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것이었다.
기원전 221년 진나라는 남중국의 백월족을 억누르기 위해 잔혹한 진압을 했지만 재지주민의 반발은 끊임없이 이어졌고, 마침내 기원전 210년 시황제가 죽고 난 이후 진나라는 그 지역의 통제권을 잃어버렸다. 한나라는 진나라의 영역을 다시 되찾았고 그 너머로 확장해 나갔다. 이 새로운 제국은 기원전 111-112년 현재 광서성, 광동성, 해남성 그리고 베트남 북부에 해당하는 곳인 영남지역을 정복하였고, 기원전 109년 전(滇)나라를 멸망시키고 운남성 동쪽 영역을 복속시켰다. 산악지역인 복건성이 중국화하는 것은 260년 경 삼국시대의 오나라의 침입이 일어나는 더 이후의 일이다.
최근에 한족 집단 23개에 대한 집단 유전학 연구를 통해 남중국에서 일어난 중국화 과정에서 부계 혈통의 확장을 확인하게 되었다. 이는 언어학적인 추정이나 역사에 기록된 여러 군사 활동을 통해 유추할 수 있는 역사적 사실과 부합하는 것이다. 남중국과 북중국은 Y염색체 하플로그룹 O3-M122와 M122의 변이형 O3e-M134를 합쳐 약 54% 내외의 비율이 비슷하게 나타난다. 반면 남중국의 한족에서는 북중국에 비해 O1-M119와 O1b-M95가 19% 대 5%의 비율로 매우 높게 나타난다. 이 하플로그룹은 양자강 유역의 Daic인, 오스트로아시아어 사용자, Hmong-Mien어 사용자에게서 나타나는 하플로이다.
또한 남중국 한족에게서는 양자강 유역의 비 한족 집단과 비슷하게 평균 4% 내외의 O1b-M110, O2a1-M88, O3d-M7 하플로가 발견되는데 이는 북중국 한족에게서는 발견되지 않는 하플로이다. 반대로, 남중국 한족의 모계에서는 미토콘드리아 하플로타입 A, C, D, G, M8a, Y, Z와 같은 아시아 북부에서 널리 확인되는 하플로타입의 비율이 36% 정도인데, 북중국에서는 그 비율이 55%까지 올라간다. 양자강 이남의 Daic, 오스트로아시아어 사용자, Hmong-Mien어 사용자에선 B, F, R9a, R9b, N9a와 같은 하플로타입이 나타나는데, 이러한 미토콘드리아 계통이 남중국 한족에선 55%가 나타나지만 북중국에서는 33%만이 나타날 뿐이다.
요약하자면 남중국 한족의 부계에서는 북중국의 강한 영향력 아래에 전(前)-중국계 민족의 흔적이 약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북쪽에서 내려온 남성이 남중국 한족 집단의 부계에 강한 인상을 남긴 가운데, 남중국 한족의 미토콘드리아 DNA에는 북중국 모계와 재지 전-중국계 모계가 비슷한 수준으로 기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Baltistan의 모계에 기원한 티베트 방언의 예와 같이 여러 반례들이 존재하고 있지만, 언어 부계 원리 가설은 선사 시절부터 여러 지역에서 여러 번에 걸쳐 관찰된 언어 교체 현상의 주요한 기작으로 생각된다.
어머니들이 그들의 배우자의 언어를 자녀에게 가르치는 과정의 변주(變奏)가 언어 교체를 일으키는 주요한 결정 방식이라는 것을 이해한다면, 중국어로의 언어 교체, 그리고 아마도 북인도에서 일어난 인도-아리아어의 동쪽으로의 전파, 더 나아가 최근에 알려진 Michif어와 같은 사례처럼 어족을 뛰어 넘는 언어 교체 현상도 설명이 가능하다. Michif어는 기원 상으로는 Alqonquian 어족에 속하는 언어이지만 원래 Alqonquian 어를 사용하는 여성이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남편의 영향을 받아 어휘가 프랑스로 교체되어 원래의 계통을 거의 알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Michif어에서 일어난 일과 같은 어휘 교체 과정이 계속해서 이루어진다면 그것이 과거의 언어와 단절되는 효과를 만들어 내어 결국 원 언어와는 다른 언어가 되고 말 것이다. 이러한 과정이 언어학적으로 재구(再構)될 수 있을까? 중국어 방언에 대한 최근의 연구는 중국어 제어들의 분화가 나무와 비슷한 형태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었다.
더 먼 고대에, 중국어의 기원에 대해서 우리는 무엇이라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유전자는 선사시대에 어떠한 언어학적 침투가 일어났는지 이야기해 주지 않는다. 이를 위해서는 언어학적 지형도가 더 알맞은 지표이다. 집단 유전학은 유전 형질이 어떻게 확산되는지, 그 형질의 기원, 이주, 혹은 자연 선택과 같은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려주는 학문이다. 유전학자들이 헝가리인과 우랄 어족 사용자들 사이의 공통적인 marker를 찾고자 하였지만 성공할 수 없었다. N43 Y 염색체하플로그룹이 우랄 제어 집단에서 높은 비율로 나타나지만 헝가리에서는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우랄 제어 사용자가 아닌 Yakut, Even, Tuva인에서 이 하플로그룹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반대로 헝가리인은 유전적으로 서부 슬라브어 사용자들과 유사하며, 우랄어에 대한 유전적 요소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아마도 Magyar인이 판노니아로 침투했을 때 우랄어를 전해 주었지만 그 수가 원래부터 많지 않았을 수 있다. 혹은 아마도 헝가리의 우랄계 부계가 어떤 이유에서 모조리 단절되었을수도 있다. 그 원인이 무엇이든 헝가리어의 존재는 Magyar인이 판노니아로 이동해 왔다는 부정할 수 없는 언어학적 증거이다. 역사적인 Magyar인의 침투는 유전학적으로는 보이지 않을지라도 헝가리어 그 자체는 언어학적으로 분명히 증거하고 있다. 선사시대에는 인구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다수의 사람들이 몰려가서 언어를 바꾸었다는 것보다 소수의 인간집단이 언어 교체를 유발했을 것이라는 가정이 더 합리적일 수 있다.
같은 이유로, 중국어의 선조 티베트-버마어 사용자라고 가정해 보자. 이 가정에서 꼭 이 고대의 티베트-버마어 사용자 집단이 이후의 중국어 사용자들과 생물학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이전의 연구에서는 모든 방향으로의 이동을 말하는 것으로 해석되었다. 그러나 우리 팀의 Y 염색체 연구 결과는 중국어의 언어학적 조상과 생물학적인 부계의 일부 조상이 겹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더 나아가 유전학적 연구는 우리가 과거에 그려왔던 것과 같은 간단한 그림이 아니라 여러 시기에 걸쳐 여러 방향으로의 움직임이 여러 층위에 겹친 것임을, 그리고 그러한 이주는 성별에 따라 서로 다른 수준을 보여 주었고, 대체적으로 여성의 경우 원 거주지에 머무르는 패턴이 나타났다.
동아시아의 남반부보다 북반부에서 유전적 다양성이 떨어지는 것은 북반부의 사람들이 빙하기가 끝난 이후에 그 공간을 채우게 된 것을 반영하는 것이다. 매우 높은 H8, M122 하플로 비율은 아마 1만년전에 남서쪽에서 이주해온 것 덕분에 발생한 유전적 병목현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아마도 신석기의 갑작스러운 확산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연구는 중국어는 황하 유역에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 중국의 남서쪽 지역에서 최근에 전파된 것이라는 가설을 제안하였다. 티베트와 Tujia인, Bai인, Lolo-버마어 사용자들에서 하플로그룹 비율을 비교해 보았을 때 티베트-버마어 그룹에서 전체적으로 O3e, O3* 하플로그룹이 평균 40% 이상 나타나고 있었다. 이 결과는 청해성 Amdo지역에서 운남성이나 호남성 방향으로 2500년 전 즈음 이주가 일어났다는 해석을 지지하는 것이다. 이 경우 부계나 모계의 비율 차이가 매우 크지 않기 때문에 남성 군인에 의한 무력 정복의 결과가 아니라 남녀 모두가 관여된 이주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런 유전학 연구결과는 중국 바깥의 티베트-버마어 사용자들의 샘플을 모두 반영하고 있지는 못하기 때문에 아직은 제한적이라 할수 있다. 티베트-버마어의 과거에 대한 그림은 히말라야 지역의 티베트-버마어 사용자들에 대한 광범위한 샘플링을 통해 앞으로 점점 더 분명해질 것이다….
더 이남의 Brahmaputran 지역과 인도-버마 국경지역에서는 티베트-버마어가 재지 오스트로아시아어 사용자들을 언어적으로 동화시킨 것으로 생각된다.인도의 오스트로아시아어 사용자들은 O2a 하플로그룹이 77%가 나타나고 있는데 인도의 동북쪽 티베트-버마어 사용자 역시 47%가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티베트-버마 부계가 재지 오스트로아시아어 부계를 부분적으로 대체하였다고 생각되며 이 일은 약 1500년 전 즈음에 발생한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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