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에서의 팍바 문자의 영향과 관련해서

 송기중 (2009) - "팍바('Phags-pa 八思巴) 문자와 訓民正音", '국어학' 54집, 17-74 


논문 결론 부분만 일부 전재합니다. 직접 전문을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1) 기원전 고대인도 음성학자들이 관찰ㆍ설명한 자음 분류체계의 전통은 데바나가리-티베트문자-팍바문자에 계승되었다. 중국 전통의 성모체계에서 四聲과 五音 중 牙ㆍ舌ㆍ脣 3계열의 분류 방식 및 배열 순서는 인도 전통과 근본적으로 동일하다. 그러나 齒音과 喉音에서 인도 전통과 현격히 다르다. 훈민정음의 초성체계는 중국의 성모체계를 모형으로 삼아 창제된 것이다.

(2) 어두자음(초성)과 어말자음(종성)을 같은 글자로 표기하는 방법은 인도문자에서부터 팍바문자까지 동일하고, 훈민정음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훈민정음의 규정이 팍바자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다만 두 문자 체계상 공통점의 한 가지로 지적하는 것이다.

(3) 동아시아 문자사에서 모음을 부가기호로 표시하지 않고 매 모음 음소마다 독립된 자모를 만들어 표기한 것은 팍바문자가 처음이고, 훈민정음이 두 번째이다.

(4) 자음의 경우와 같이, 발성 부위의 순서에 따르는 기본모음의 순서 a-i-u 는 인도음성학에서 유래하여 티베트문자와 팍바문자에 반영되어 있다. 훈민정음 중성체계에서 기본자를 ‘ㆍ ㅣ ㅡ’로 정한 것은 인도 음성학에서 유래하는 기본 3모음과 순서와 같은 개념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즉, 가장 먼저 후두의 협착으로 조음되는 [ㆍ], 다음 혀의 상승으로 조음되는 [ㅣ], 위-아래 이(齒)의 접근으로 이루어지는 [ㅡ]의 순서이다


* 아래는 제가 별도로 덧붙이는 내용입니다.

덧붙여 데바나가리/팍파의 전통을 따라갔다면 영어의 j나 w에 대응되는 반자음을 채택했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것이 [ㅑ,ㅕ,ㅛ,ㅠ], [ㅘ,ㅝ,ㅚ,ㅟ]에서 볼 수 있듯이 반모음으로 분류하고 있어 또한 팍파의 전통과 결을 달리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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