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에도 관심을 - 가야연구 맛보기 (16) : 아라가야와 기타 자잘한 가야 소국들

 1. 안야국(아라가야)

나름 네임드 안야국을 나머지 국가와 엮는 것이 적절한가 싶기도 합니다. 그러나 일전에도 언급했다시피 함안으로 비정되는 안야국이 4세기 이전의 유물 유적이 별달리 존재하지 않고, 그 영역 범위도 함안군을 그다지 넘어가지 않는 것으로 생각되어 별로 할 말이 없는 와중에 대표 유물이랑 묘제나 소개할까 싶어서 이렇게 자리를 마련했으니 선조분들도 참작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5세기가 되면 도항리/말산리를 중심으로 대형 고분군이 갑자기 축조되는데 그와 함께 마갑이나 철제 무기류가 갑자기 부장되기 시작합니다. 묘제는 목곽묘에서 수혈식석곽묘로 발전하면서 가늘고 긴 형태(세장방형)를 띄게 됩니다. 함안의 묘제의 특이한 점은 벽감이라고 벽 한쪽을 조그맣게 파낸 공간이 있다는 점입니다. 토기로는 지난 글에서 이야기한 화염투창고배가 대표적인 유물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 고려시대의 묘입니다만 벽감이 무엇인지 참고하시라고 올립니다.

2. 창녕 비화가야(비사벌/비자벌)

대개 가야는 낙동강 서안에 위치하고 있습니다만 창녕은 가야에 속한 비자벌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진-변한 시기의 불사국이 이 비자벌과 이어지는 국가라면 3세기 경에는 진한지역에 속했지만 후에 가야지역으로 분류된 모양입니다. 고고학 자료상으로 그 애매한 경계의 모습이 드러나는데, 묘제상으로는 재지적 성격이 드러나는 횡구식석실묘가 나타나고 있지만 부장품은 신라의 영향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토기 형태 역시 신라의 영향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만약 삼국유사나 일본서기의 기록이 없었다고 한다면 이 지역은 진한을 거쳐 신라로 파악되었을 확률이 높습니다.


3. 소가야권역

과거에 가야는 6개국이 연맹을 형성했다고 여겨졌으나 현재는 여러 국가들이 난립했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이는 삼국사기 기록이나 일본서기, 백제의 중국 측 책봉기록을 종합해서 해석하는 기조 가운데 최근의 고고학 자료를 이용하게 되었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만약 아무 자료 없이 유물만 남아 있었다면 어떻게 해석이 되었을까요. 아마도 김해의 구야국이 하나의 국가로, 고령을 중심으로 한 대가야가 하나로 인식되겠지만 나머지 영역은 어떻게 여겨질까 궁금합니다. 그 이유는 경남 서남부 지역은 우세한 고분군이 별로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소가야권역은 5세기 이전의 안야국과 비슷한 상황인데, 소가야계 유물은 상당히 넓은 범위에서 출토되어 전라남도 해안권까지 출토되고 있지만 중심이 되는 고분군은 특출난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고성 송학동 고분군과 산청 중촌리 고분군이 있지만 송학동 고분군은 그 조성시기가 상대적으로 느리고, 중촌리 고분군은 이내 대가야의 영향권 아래 들어가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가야나 아라가야, 금관가야와는 별도의 소가야 공통 양식이 남아 있는 것은 이 지역의 고만고만한 정치체들이 수평/병렬적으로 연결되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중심지역을 설정하기 어려워 지역별 편차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목곽묘에서 수혈식석곽묘로 이행하는 것은 대가야 지역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중요 토기로는 일단장방형투창고배 등이 있습니다.


5세기 기존의 금관가야와 신흥 대가야의 세력권 밖에서 또다른 가야계 정치체가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전통적으로 높은 위상을 차지하는 아라가야가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으며, 창녕 비화가야는 독자적으로 발전했다기보다는 신라의 영향력 혹은 도움 아래에서 성장한 것으로 보입니다. 소가야 권역은 이 국가들보다 더 발전이 느리고 느슨했다고 보이지만 상대적으로 먼 지역이었기 때문에 신라나 대가야의 영역 밖에 존재할 수 있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음에는 이 지역의 최대의 떡밥 포상팔국의 난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김규운(2009), "고고자료로 본 5~6세기 소가야의 변천", 경북대학교 석사학위논문
김지연(2013), "소가야양식 토기의 연구", 부산대학교 석사학위논문
박현주(2011), "창녕 비사벌가야의 성립과 발전", 한국교원대학교 석사학위논문
조재윤(2012), "5~6세기 가야고분의 구조를 통해 본 지역성 연구", 고려대학교 석사학위논문
하승철(2000), "가야서남부지역 출토 도질토기에 대한 일고찰", '고문화', 56, 93-146.
경남발전연구원 역사문화센터 고분문화연구회 학술대회 - 고고학을 통해본 아라가야와 주변제국 학술자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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