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타이제어 논쟁의 종말 (2)
알렉산더 보빈 교수라는 분이 Central Asiatic Language라는저널에 2005년 기고한 "The end of theAltaic controversy" 논문 번역 내용 두번째입니다
셋째로, 비교언어학은 무(無)에 기반할 수 없다. 언어는 그 언어를 말하는 사람들의 문화와 사회, 정치가 버무려진 역사와 함께 하고 있기 때문에 언어 역시 그 자체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러나 EDAL의 저자들은 그들이 비교하는 제(諸) 언어들의 역사를 존중하지도 필요로 하지도 않는 것처럼 보인다. 어원연구에 대한 적당한 예를 앞으로 이야기하게 되겠지만 그 많은 농경과 유목 사회에 관련된 어휘들의 재구를 통해 어떻게 원(原) 알타이어가 지금으로부터 6천년 이전에 존재했다는 주장과 연결되는지 모르겠다. 쉽게 예를 들어보자. 어느 언어학자가 고대 일본어의 칼과 관련된 단어를 다른 언어의 그것과 비교하고자 한다면 그 사람은 먼저 고대일본에 어떤 칼이 존재했는지, 어떻게 생겼는지, 어떻게 사용되었는지를먼저 알아야 한다. 그러나 EDAL의 저자들은 그것을 모르고있음을 독자들은 곧 눈치챌 것이다. 원(原) 알타이어 *gaŕ[a]“날카로운 날’이 원(原) 일본어 katana “칼”과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원(原) 만주-퉁구스어 대응 어휘 *gara “가지, 막대기”의 어원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EDAL의 저자들은 고대 일본어 katana “검, 칼”을 *kata-na로 형태소 분석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에 *kata-를 원(原) 알타이어 “날카로운 날”의 반사형태이고 *-na를 별다른 근거 없이 오로지 제(諸) 언어간의비교를 위한 목적 만으로 등재한 수많은 접미사 중의 하나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고대 일본어의 katana의 뜻을 참고해 보면 원래 어원이 분명히 드러난다. 고대 일본어에는 칼을 가리키는 두 개의 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어휘가 존재했다. turugi라는 어휘는 양날검을 의미하고, katana는 외날검을 가리키는 어휘라는 것을 알게 되면 katana의 어원은 매우 분명해지는데, kata-는 “하나”를 말하는 것이고 na는 “날”을 말하는 것이다. kata-가 “하나”의 뜻이라는 것은 현재 일본어의 다양한 어휘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kata-miti “외길”, kata-asi “외발”,kata-ude “외팔”, kata-omoi “짝사랑”,kata-oya “편부모”, kata-gawa “한쪽 편”,kata-toki “한시, 잠깐” 등등의 어휘가그렇다. katana 내부의 두 형태소는 모두 한국어 어휘의 차용어로 EDAL에서 15세기 이전의 한국어를 거의 다루고 있지 않음에도 그 안에서 *xata를 확인할 수 있다. 초기 중세 한국어에서 “하나”는 xatun(계림유사)으로, 고대 한국어에서는 HAtʌn(도천수관음가)으로 재구될 수 있다. 고대 일본어의 na는 중세 국어 nolh [nʌrh] “날”과 같은 기원을 가지는 어휘이다. 이래서 비교하려는 어휘가 어떤 생활사 속에서 발달해 왔는지 명확히 알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논문의 막바지에 논의할 원(原) 알타이어 *aga“비, 공기”에 대해서도 참고하라.)
넷째로, 역사언어학은 문헌학에 기초를 두어야지 어휘 목록표나 사전을 가지고 작업해서는안된다. 역사언어학의 가장 중요한 자료인 문헌자료는 내버려둔 채, 여러 개의 사전을 책상 위에 펼쳐 놓고 마음내키는 대로 비슷해 보이는 어휘나 뽑아서 대조하는 건 잘못된 행동이다. 특히 더 이상 남아있지 않은 소멸 언어를 다룰 때 이 원칙이 더 중요해지는데, 오류를 바로잡아주거나 조언해 줄 원어민의 도움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EDAL에는 참고할만한 문헌자료는 어디에도 없다. 몇몇 튀르크어 자료와 구판 “Secret History of Monglos”(Kozincev 1941)을 제외하고 일본어, 유구어, 한국어, 몽골어, 퉁구스어 참고자료는 없거나 사전에 기초하고 있다. 짐작컨데, 튀르크어를 제외한 알타이제어(諸語) 문헌에 대해서는 조언을 받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 때문에 독자들은 저자들의 태만 혹은 의무의 방기 덕분에 사전과 어휘 목록표를 미리 구비하지 해야만 하는 상황에 봉착하게 된다.
다섯째로, 각 제어(諸語)사이에 연관관계가 있다면 음성에도 대응관계가 있을 것이다. 음성 대응 관계에 많은 예외 조항이있거나 동일한 음성의 반사형이 매우 다양하다면 비교 언어학적으로 연관관계가 별로 없다는 이야기이다. 다시 말해서, 어떤 언어들 사이에 연관관계가 있다면 어형 변화 형태의 대응이나 같은 어원을 공유하는 어휘 사이에서의 음성 대응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증명되어야만 가설상의 어족이 정설이 될 수 있다.
제안된 알타이 제어의 음성 대응은 거의 대부분 다양한 반사형을 가지고 있거나 많은 예외를 보이고 있다. 2,800개의 어원 중에서 몇 가지 예에서만 성립되는 규칙은 대단히 제한적이며 따라서 규칙이 재현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동일한 환경에서 같은 음소가 다양한 반사형을 나타내고 있어 이런 다양한 반사형이 규칙의 예외가 아니라 알타이 제어의 특성처럼 보일 지경이다. 더 나아가 논리적 틈도 여럿 있다. 예를 들어, 원(原) 알타이어에서 *m-이나 *n-를 가질것이라고 제안된 어휘 중 믿을만한 튀르크 어휘는 거의 없다. 번번이 어기게 되는 음성 대응 규칙이라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여섯째로, Robert Austerlitz가 말년에 언급했던 것처럼(Austerlitz 1983), 이론적으로 어족을 구성하는 언어 사이의 연관관계는 생산적이어야 하며 예측 가능해야 한다. 풀어서 이야기하자면, 임의의 언어 A에서 어떤 어휘를 제시하게 되면 연관이 있는 다른 언어 B에서 대응되는 형태를 음성 대응 규칙에 의거해서 대략적인 형태를 예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실제로는 생각대로 대응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예를 들어 토하라어의 경우 인도-유럽어가가지고 있는 파열음 사이의 3대립(무성무기음-유성음-유기음)이 소멸되어한 음으로 합쳐졌기 때문에 토하라어 형태를 통해서 그리스어나 산스크리트어의 폐쇄음 형태를 재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말할 것도 없이 EDAL에는 생산성이나 예측 가능성을 이야기할만한 예가 존재하지 않는데, 그래서 퉁구스어 어휘로 일본어 어휘를 예상할 수도, 일본어 어휘로 퉁구스어 어휘를 예상할 수도 없다. 튀르크어로 퉁구스어 어휘나 일본어 어휘를 상상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다.
일곱째로, EDAL 안에는 기원을 알 수 없는 어휘들이 꽤나 수록되어있다. 원(原) 알타이어 *gele “가다, 오다” (알타이어 화자들은 “오다”와 “가다”를 구별하지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아래에서 원(原) 몽골어 어휘 *gel- (거닐다)를 찾을 수 있는데 이는 몽골어 문어(文語)의 gelduri-와 gelguri-에 근거한것이다. 앞의 동사는 존재하는 어휘이지만 뒤의 그것은 존재하지 않았던 어휘로 (Ramstedt 1935) 논문을 참고자료로 제시한 (Starostin1991) 논문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그러나 참고자료로 제시된 Ramstedt의 어휘 사전에서는 *gelguri라는 어휘는존재하지 않는데, 그래서 나는 문헌 자료를 뒤져서 이 가공의 어휘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알게 되었다. Cincius가 몽골어 *gelguri “거닐다”를 에벤키어 gel- “어렵게 길을 개척하다”에 대응했는데 (이를 EDAL이 잘못 인용하여 “거의 출발하지 못하다”로 주석이 달려 있다.) 이는 분명히 gelduri-의 오타로 그 외의 자료에서는 어디에서도 gelguri-라는 단어를찾아볼 수 없었다. 이런 오타로 만들어진 어휘가 알타이어의 증거가 될 수 없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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