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를 기원으로 할지도 모르는 한국어 어휘
"첫째로, 한국어는 문자기록의 역사가 짧다. 한국어가 전면적으로 표기되기 시작한 것은 훈민정음이 세종25년(1443)에 창제되고 28년(1446)에 반포된 뒤의 일이니 겨우 550년밖에 거슬러 올라가지 못한다. 그 이전에는 우리나라에서 한자가 사용되었는데 이것은 한국어 표기에 적합한 문자가 아니었다. 그리하여 한문으로 문자생활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그런 중에도 고대 삼국에서는 인명, 지명을 비롯한 고유어표기의 방법이 고안되었고 신라에서는 향가의 표기가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그나마 이들 고대자료가 많이 전해져 내려왔다면 그때의 언어의 모습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되었을 터인데, 오늘날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것은 그 편린뿐이니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이다. 둘째로, 한국어는 ‘가까운’ 친족관계에 있는 언어가 없다. 한국어는 19세기후반에 일본어와 비교되기 시작하였고 20세기에 들어 알타이제어(만주․퉁구스, 몽고, 터키 제어)와 비교되어 왔으나, 지금까지의 성과를 종합해 보면, 이들과 친족관계에 있을 개연성을 드러내는 데 그친 느낌이 짙다. 따라서 앞으로 연구가 진전되더라도 한국어와 이들 언어의 공통조어를 재구한다든가 하는 일을 바라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1)
다들 아시다시피 한국어는 다수의 언어학자들에게 그 기원을 밝히기 어려운 고립어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고립어로 분류된 언어 중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로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고 하니 이렇게 많은 언중이 사용하는 언어 하나 기원을 밝히지 못하는 것에 궁금함과 아쉬움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그 동안 한국어 어휘를 같은 어군이라고 짐작한 일본어나 알타이제어에서 찾으려는 노력이 있었으나 별다른 성과가 없었고 오히려 알타이제어라는 것의 실존여부가 의심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 동안 찾아진 알타이제어 사이의 유사성은 각 민족 집단이 지리적으로 가까운 거리에서 부대끼면서 서로 단어를 빌려주고 빌려온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가까운 거리에서 더 강력하고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쳐온 중국어는 어떨까요?
부흥 여러분들 중에서도 바람이나 곰이 중국어에서 유래한 단어라는 것을 아시는 분이 있으실 겁니다. 저도 이런 기본적인 단어가 중국어에서 유래했다는 것에 놀랬지만 실상은 좀 더 심각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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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논문에서는 뜻, 술, 얼음, 엿, 옷, 밖 등의 어휘가 중국 상고음과 유사함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물론 우레와 우뢰의 관계처럼 우연찮게 유사할 수도 있는 문제이고 비전문가의 입장에서 바라봤을 때 과거 조선시대 학자들이 어원을 탐구하면서 무리하게 고유어를 한자어에 견강부회하려던 행동과 겹쳐보인다는 무례한 생각도 듭니다. 어찌되었든 그간 한국어가 중국어의 강력한 영향력 아래에서 발전해왔다는 역사적인 사실에 비추어 보았을 때 상당수의 고유어가 원래는 중국어에 기원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염두에 두어야 하겠습니다.
1. 이기문 (2008), "한국어 어원 연구의 회고와 전망", '학술원논문집 : 인문, 사회과학편' 47, 49-97.
2. 김태경 (2013), "음성운 자음운미설로 본 일부 한국어 어휘의 어원", '중국어문학논집' 79, 51-66
3. 안기섭, 김은희 (2010), "한국어 중의 상고한어 차용어휘 어원 탐색에 관한 일 고찰", '중국인문학회' 44,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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