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진화론 이야기 (3) - 종(species)과 종분화(speciation)
진화론을 믿지 못하는 많은 분들이 제기하는 것 중의 하나가 과연 종분화라는 것이 일어나느냐라는 것입니다. 토끼는 토끼를 낳고 독수리는 독수리를 낳으며 사람은 사람을 낳는데 종분화라는 것은 돼지가 하마를 낳고 원숭이가 사람을 낳는 일이 벌어진다는 소리와 동급이라 생각하니 해괴하게 생각하시는 것이겠죠.
- 돼지가 하마를 낳는 일은 괴이하지만 돼지와 하마는 친척이긴 합니다.
그러면 해괴한 종분화 대신 종에 대해서 생각해 봅시다. 여러분은 종(種)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종이라는 것이 무슨 장벽이기에 종 내부에서의 다양성은 인정해도 종을 넘어서는 변이는 불가능한 것일까요? 널리 알려져 있는 종의 정의는 진화생물학자 에른스트 마이어가 제시한 '다른 종과 구별되는 자연적으로 교배가 일어나서 후세를 남길 수 있는 집합'을 주로 사용합니다만 이 정의는 매우 한정된 생물의 종 정의에나 합당한 정의입니다. 이 정의로 구별지을 수 없는 예들을 여러개 댈 수 있지만 가장 기본적인 문제는 우리가 종을 구별할 때 가장 우선순위에 두는 것은 형태적인 유사도이지, 교배해서 자손이 만들어지느냐 아니냐가 아니라는 겁니다.
- 사람이랑 오랑우탄이랑 교배해서 자식이 나오는지 확인해보지 않아도 서로 다른 종이라는 건 당연한 이야기죠.
현재 DNA 유사도를 기준으로하는 분자계통학이 확립되기 이전에는 모두 형질(trait)의 유사도를 기준으로 분류군을 만들었습니다. 이것이 자연스러운 이유는 우리 인간이 범주화(categorization)라는 능력을 기본적으로 탑재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이 능력은 나의 가족, 씨족과 타인을 구별하는데, 친구와 적을 분별하는데 도움을 주는 힘입니다. 그래서 실험으로 사람들을 임의로 두 집단으로 나눈다 하더라도 그 구성원들은 쉽게 타 집단과 아 집단의 차이를 발견하고 강화한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 능력으로 자연을 분절적인 단위로 구별하는 방법이 린네가 제시한 분류군이고 그 제일 하위 단위가 species인 것입니다.
하지만 자연에는 이런 분절적인 눈으로 구별하는 것을 불허하는 예들이 많이 있습니다. 종분화 직전에 놓여 있는 고리종(ring species), 실제로는 다른 종으로 구별되어 있지만 우리의 눈에 그것이 드러나지 않은 cryptic species, 단일 계통군으로 분류가 불가능한 각종 배수체(polyploidy)들이 있지요. 박테리아 분류군은 아예 명확한 정의가 존재하는데 기준 genome에서 70% 이상 유사한 애들은 모조리 같은 종으로 분류합니다. 이걸 보면 species란 인간 편의적인 기준임을 알 수 있죠.
그러면 왜 하필 species를 기준으로 교배가 가능한 수준과 교배가 불가능한 수준으로 나뉘는 것일까요? 왜냐하면 교배가 지속적으로 일어나면 유전물질이 지속적으로 섞이기 때문에 형태가 균일하게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각종 원인에 의해 두 집단으로 나뉘게 되면 각 집단의 형태 변화는 형제 집단의 변화와 무관하게 변하게 되지요. 아프리카를 벗어난지 고작 4만년에 지나지 않은 인간 역시 각 국가와 인종 사이에 생김새가 많이 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지 않습니까. 이런 변이가 축적되면 서로 같은 종인지 갸웃하게 되는 수준으로 형태가 달라질 것임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즉, 아종에서 종-속-과-목..으로 멀어지는 것은 모두 같은 메커니즘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소진화가 가능하다면 반드시 대진화도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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