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진화론 이야기 (2) - 생명체는 과연 복잡한 물건인가?

 역사 카페에는 어울리지 않아도 양해해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생명체는 복잡해서 진화론을 믿지 못하겠다고 하십니다. 어떻게 단순한 박테리아에서 인간이 만들어질 수 있느냐는 것이죠. 그렇습니다. 200여개의 서로 다른 종류로 구성된 60조 개의 세포를 가진 인간에 비한다면 박테리아는 정말 단순한 놈입니다.



박테리아 ribosome의 리본 구조입니다. ribosomal RNA와 ribosomal 단백질이 복잡하게 뒤엉켜 있습니다.

박테리아와 무생물을 비교한다면 어떻습니까. 극히 단순한 놈이긴 하지만 그래도 생물입니다. DNA와 인지질 이중막으로 분리되어 다양한 단백질들이 작동하고 있는 대장균 세포의 내부는 굉장히 복잡합니다. 이 대장균 세포 내부에서 고작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일밖에 하지 않는 ribosome이라는 놈도 이렇게나 복잡합니다. 무생물과 박테리아를 비교하는 건 이제보니 박테리아의 굴욕인 듯 싶습니다.



 핵산 중 하나인 adenine입니다. 다른 핵산은 노란 색                  아미노산의 기본구조입니다. 각 아미노산은 
부분이 약간 다릅니다. 보여드리는 구조는 RNA 염기로                               R 부분이 서로 다릅니다.
DNA 염기는 2 부분이 OH가 아니라 H입니다.

생물을 구성하는 유기물과 무기물을 비교한다면 어떻습니까. DNA, ribosome을 끌고 오지 않아도 단순한 핵산이나 아미노산이 물이나 산소분자보다는 훨씬 복잡해 보입니다. 역시 생명체를 구성하고 있는 물질은 뭐가 달라도 다른 법입니다. 그래도 무기물 역시 여러 원자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우주에 존재하는 분자의 종류는 유기물을 제외하더라도 감히 셀 수조차 없을 겁니다.

이렇게 쓸 데 없는 말을 주구줄창 하는 건 우리를 구성하는 것들이 원래부터 복잡한 거라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서입니다. 그러니 우리도 복잡한 물건일 수밖에요.

하지만 우주의 수많은 분자들은 약 90여개의 원자들의 조합에 불과합니다. 원자들은 양성자와 중성자, 전자의 개수가 어떻게 섞여 있는 것에 불과하죠. 그 중에서 인체에 사용되는 원자는 대부분 수소, 질소, 탄소, 산소, 질소, 인 정도이고 나머지 다 합쳐도 나트륨, 마그네슘, 황, 염소, 칼륨, 칼슘, 망간, 철, 코발트, 구리, 아연, 셀레늄, 아이오딘, 몰리브덴 정도 사용될 겁니다. cofactor제외하고 생물의 구성은 핵산 4개와 아미노산 20개의 조합으로 다 만들어지는 겁니다. 이런 몇 가지 안되는 부품으로도 삼라 만상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거대한 세퀘이아 나무도 흰긴수염고래도 다들 세포의 조합에 불과합니다. 물론 다세포 생물은 특수한 역할을 담당하는 여러 종류의 세포를 가지고 있지만 결국은 모두 하나의 수정란에서 만들어지는 변주곡에 불과합니다. 단세포 원생생물의 세포와 다세포 거대 생물들의 세포 형태에 어떤 차이가 보이십니까?

 





맨 위 왼쪽부터 각각 인간 뇌 세포, 예쁜꼬마선충 배아세포, 원생생물, 단세포 식물, 담배 잎 세포.

원핵생물과 진핵생물의 차이는 어떠합니까. 박테리아, 아케아, 진핵생물 사이에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차이가 있지만 그것을 한데 아우를 수 있는 공통점도 매우 많습니다. 보여드린 세포 외형만 보고 무슨 박테리아인지 쉽사리 맞출 수 있는 사람은 지구상에 몇명이나 될까요.






왼쪽 위에서부터 포도상구균, 메탄합성고세균, 원생생물, 균류 포자

현미경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1mm 단위도 엄청나게 큰 거리이고, 망원경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1 천문 단위(태양에서 지구까지의 거리)는 기본 단위에 불과할 정도로 가까운 거리입니다. 간단한 수식으로 만들어지는 프랙탈 구조를 확대하면 매우 복잡한 구조를 볼 수 있으나 멀리서 바라보면 상대적으로 간단해 보입니다. 생물도 파헤쳐 들어가면 세상 무엇보다 복잡합니다만 멀리서 바라보면 하나로 수렴할 수 있을 정도라는 것을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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