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 역사 음운학 (8) - 중국어 성조의 기원

 ※ 이 글은 반오운潘悟雲 저著, 권혁준 역譯의 "중국어 역사 음운학" 내용의 요약/정리를 바탕으로 몇가지 덧붙여 적는 것입니다.


10장 성조의 상고 기원

우리가 중국어의 특징을 떠올린다면 아마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될 것이 중국어의 성조가 아닐까 합니다. 성조의 차이에 대해서는 운서韻書를 만든 위진남북조의 학자들도 성조에 따라 한자를 분류하였으며, 당송唐宋 시기에 중국에 유학 왔던 일본 승려들도 특별히 기술할 정도로 오래된 특징입니다. 그러나 이 특징도 상고한어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학자들은 생각하고 있습니다.

상고한어에 성조가 없었다는 생각은 청대 학자인 단옥재段玉裁가 일찍이 지적한 바 있습니다. 그는 시경 압운에서 거성 한자가 다른 성조의 한자와 자유롭게 압운하는 사실을 확인하고 고무거성古無去聲-고어에는 거성이 존재하지 않음을 주장하였습니다. 이후 근대적인 음운학이 발달하면서 이독異讀 현상에 일정한 규칙이 있다는 사실로부터 거성이 상고한어에서 중고한어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나타나게 된 현상임이 확인됩니다.
1. 상태동사와 타동사 관계 (X: 중고한어의 상성, H: 거성)
a. 好(*qʰˁuʔ/*qʰˁuʔ-s): xawX - 좋다, xawH - ~를 좋아하다
b. 惡(*ʔˁak/*ʔˁak-s): ʔak - 나쁘다, ʔuH - ~를 싫어하다
2. 동사와 명사 관계
a. 入(*nəp): nyip - 안으로 들어가다, 內(*nˁəp-s): nwojH - 안
b. 列(*ret): ljet - 줄짓다, 例: ljejH - 규칙, 사례
c. 責(*s-tˁrek): tsrɛk - 독촉하다, 債(*s-tˁrek-s): tsrɛH - 빚
3. 내향endoactive 동사와 외향exoactive 동사 관계
a. 聞(*mun): mjun - 듣다, 問(*C.mun-s): mjunH - 묻다
b. 受(*duʔ): dzyuwX - 받다, 授(*duʔ-s): dzyuwH - 주다
c. 買(*mˁrajʔ): mɛX - 사다, 賣(*mˁrajʔ-s): mɛH - 팔다
d. 學(*m-kˁruk): hæwk - 배우다, 學: hæwH - 가르치다
e. 貣: thok - 빌리다, 貸(*l̥ˁək-s): thojH - 빌려주다
f: 乞(*C.qʰət): khjɨt - 빌다, 乞: khjɨjH - 주다

André-Georges Haudricourt는 베트남 한자어 자료 분석을 통해 베트남 한자어는 상고한어에서 유래한 음과 중고한어에서 유래한 음이 존재하며 이 중 중고한어 거성은 베트남 한자어 예성鋭聲과 중성重聲 성조에 대응하고 동일 한자의 상고한어는 문성問聲과 질성跌聲에 해당함을 알게 되었습니다.(베트남어는 성조가 6개 이며 나머지 2개는 평성平聲과 현성弦聲입니다.) 베트남어는 오스트로아시아어족에 속하는데 Henri Maspero가 이미 베트남어 문성과 질성 성조를 가진 어휘는 다른 오스트로아시아어에서는 무성 마찰음 어미 -s, -h에 대응한다는 것을 보고하였습니다. 이에 Haudricourt는 상고한어의 거성이 원래는 어미 -s을 가지는 어휘에서 기원하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중앙아시아어 음차 자료나 불경 번역 자료에서 거성 글자로 치찰음齒擦音이나 설치마찰음을 번역하고 있다. (예, 波羅 : Vārāṇasī)
2. 《위략》의 馬가 일본 쓰시마(*tusima)를 음차하고 있다.
3. 상고한어 차용어로 생각되는 몇몇 한국어 어휘와 일본어 어휘에서 -s음이 등장한다.
- 篦(pjijH) ~ 빗, 芥(*kˤr[e][t]-s>kæjH) ~ 갓, 器(*kʰrət-s>khijH) ~ 그릇, 製(*tet-s>tsyejH) ~ 짓다, 味(*mət-s>mjɨjH) ~ 맛, 界(*kˁret-s>kɛjH) ~ ㄱ(·)ㅅ>가
# 개인적으로 위 예시 중 갓, 짓다, 가는 신뢰하기 어렵다 생각합니다.
- 柰(*nˤa[t]-s>najH) ~ 梨(なしnasi), 芥(*kˤr[e][t]-s>kæjH) ~ 芥子(からしkarasi)
4. 같은 어족인 티베트어에서도 -s음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 양量(*raŋ-s) - ཁ་གྲངས (kʰagraŋs), 둘二(*nij-s) ~ གཉིས (gnyis), 안개霧(*kə.mok-s) ~ སྨུག་པ (smugs pa)

거성이 원래 존재하지 않은 성조이며 어미의 마찰음 -s에서 기원한 것이라면 상성 역시 비슷한 과정에서 생겨난 것이 아닐까요? Haudricourt의 베트남 한자어 분석에서 중고한어 상성은 문성問聲과 질성跌聲에 대응하며 동일 한자의 상고한어는 예성鋭聲과 중성重聲에 대응한다고 하였습니다. 베트남어 예성과 중성 성조 어휘가 다른 오스트로아시아어에서는 성문음 어미 -ʔ에 대응합니다. Sagart는 오스트로아시아어 어미 -ʔ는 원래 어미 -q에서 변화한 것이므로, 상고한어의 어미 -ʔ 역시 동일한 방식으로 어미 -q에서 생성되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상고한어의 상성 글자가 원래는 어미 -ʔ를 가지고 있고 더 거슬러 올라가면 -q 어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같은 어족인 티베트어에서 -g음에 대응된다.
- 語(*ŋaʔ) ~ ངག (ŋag, 말하다), 武(*maʔ) ~ དམག་དཔུང (dmag dpuŋ, 군대), 韭(*s.kuʔ) ~ ཀེའུ། (sgog, 부추), 友(*ɢʷəʔ) ~ གྲོགས་པོ (grogs po, 친구)
2. 중앙아시아어 음차 자료에서 상성 글자로 -k, -q음을 대역하였다.
- 獅(*tsəʔ) ~ ṣecake(토하라 A어)/śiśäk(토하라 B어), 昆 ~ qarsaq(돌궐어로 코사크 여우), 渾(*ɡˁur *ɢoʔ) = 葷(*qʰun *t-quk)?, 輕(*kʰeŋ*raʔ) = qïŋïraq(돌궐어로 칼)


참고문헌
L. Sagart(2006) - The origin of Chinese to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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