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에도 관심을 - 가야연구 맛보기 (3) : 변한 제국(諸國)의 성립

 차근차근 발전하던 변한의 각 나라에 대한 소식이 저멀리 중국에까지 전해진 덕분에 변진 12국의 이름이나마 알게되었습니다. 삼국지에 변한과 진한의 각 나라를 두서없이 나열하고 있는데 24국 중 12국의 이름 앞에 변진이라는 표기를 하고 있어 이 나라들이 변한 소속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여기에 들지 못한 읍락들이 더 있겠지만 간단히 패스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변한과 진한이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으면서도 이렇게 굳이 변한과 진한을 구별해 주는 이유에 대해서 삼국지는 제사를 지내는 신이 다르다고 하지만 이유가 명확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이에 대해 주보돈은 삼국지 기사에서 진한인이 이주민이라는 자의식이 있지만 변한인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는 것으로 미루어 비록 진한과 변한 모두 토착인이 다수이지만 지배집단이 외래계인 진한과 토착인인 변한으로 나눠진다면 모시는 조상신이 다른 것이 중국인에게는 제사를 지내는 신이 다른 것으로 비춰진 것은 아닐까 추론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나뉜 변한과 진한은 더 나아가 낙동강 수계의 교역망과 동해안 교역망의 연맹체로 발전하게 되어 지리적 입지가 유리한 구야국(금관국)과 사로국(신라)이 맹주로 발전한 것일지도 모릅니다.(1) 하지만 지배계층이 다른데 문화는 같을 수 있는지, 그것이 작은 차이라고 치부할 수 있는 문제인지는 고개가 갸웃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네요.

아무튼 변진에 속하는 나라의 이름은 각각 변진미리미동국, 변진접도국, 변진고자미동국, 변진고순시국, 변진반로국, 변진악노국, 변진미오야마국, 변진감로국, 변진구야국, 변진주조마국, 변진안야국, 변진독로국입니다. 과연 이 나라들은 어디에 있었을까요.


여러 연구자들이 나름의 가설을 제시했습니다만 명확히 결론난 것은 별로 없습니다. 위 국가 중에서 금관국과 안라국에 이어질 것으로 생각되는 변진구야국과 변진안야국, 각각 밀양과 고성으로 비정되는 변진미리미동국, 변진고자미동국을 제외하고는 누가 무슨 말을 해도 뭐라 말할 수 없는 혼돈 속에 있습니다. 이 중에서 위치가 암시되어 있는 독로국(독로국은 왜와 이웃해 있다.)마저 동래설과 거제설이 대립하고 있습니다. 다수 연구자들이 동래설을 지지하고 있습니다만 동래의 옛 지명은 거칠산국이기 때문에 독로와 음이 이어서는 안된다,(3) 부산 복천동 고분군은 묘제 형식과 출토품을 미루어 볼 때 변한으로 볼 수 없기에 복천동 고분군을 근거로 삼한시대의 독로국을 유추해서는 안된다,(4) 거제의 옛 지명 상(裳)을 두르다로 연결시킬 수 있으므로 독로에 이어진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게 도전하는 형국입니다.(5)

최근 변진주조마국을 창원 다호리 유적에 연결시키는 움직임이 있으나 음운의 유사도가 낮은 것이 문제입니다. 이름이 구야국과 안야국 사이에 등장하므로 위치도 김해와 함안 사이에 있으리라는 유추는 근거로 삼기 어려울 정도로 빈약합니다.(2,6) 감문국은 보통 김천으로 비정합니다만 김천을 변한으로 보기 어렵고 감로와 감문의 감(甘)이 겹친다고 바로 대응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으며 감로국을 거창에 비정하는 연구자도 있습니다.(7) 이는 반로국을 반파국에 대응해 고령에 비정하는 최근 경향에 대한 비판과도 일맥상통합니다.(1) 그리고 나머지 국가는 그냥 아웃 오브 안중 상태이지요. 과연 이들에게도 볕들 날이 있을까요?


1. 주보돈, "새로운 대가야사의 정립을 위하여-연구상의 새로운 도약을 기대하며-", '영남학', 2008, pp7-60.
2. 안홍좌, "다호리유적으로 본 변진주조마국의 형성과 변천", 석사학위논문.
3. 최중호, "부산의 문화지도 그리기 ; '동래'와 '기장'의 옛 땅이름 연구", '석당논총', 2011, pp33-59.
4. 김대환, "부산지역 금관가야설의 검토", '영남고고학', 2003, pp71-97.
5. 이영식, "고대 한일교섭의 가교, 거제도 : 가야의 독로국과 신라의 상군", '동아시아고대학', 2010, pp101-142.
6. 김현미, "탁순국의 성립과 대외관계의 추이", 석사학위논문.
7. 백승옥, "거창 '거열국'의 형성과 변천", '한국민족문화', 2005, pp157-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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